나와 너, 그리고/신앙 이야기

[칼럼] 2001년 팔불출

자오나눔 2007. 1. 16. 12:47
 2001년도 무료급식을 오늘로 마감했습니다. 내일은 주일이라 무료급식이 없는 날이고, 모
레는 2001년 마지막 날이지만 밤에 소록도 봉사를 떠나기에 소록도 봉사 준비를 위해 무료
급식을 쉽니다. 그렇게 되다보니 2001년 마지막 무료급식은 오늘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아침
부터 엄청 내리는 눈 덕분에 도로가 막히고, 오가는 사람들도 적어 과연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 식사를 하러 오실 것인가...하며 하루쯤 급식을 쉬었으면 하는 아내에게 아침부터 호통을
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부부가 모두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성질이 못된 남편 덕에 급식을
하러 갔지만 아내의 마음은 무거웠을 것입니다. 몇 시간 뒤에 아내가 사무실로 눈을 털고
들어옵니다. 계단을 올라오다가 미끄러졌다며 나에게 집에 갈 생각 말고 사무실서 일이나
하라고 하는 아내. 어르신들께 급식을 하다가 마음이 풀렸는가 봅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평
상시보다는 적은 숫자의 어르신들이 식사하러 오셨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는가 봅니다. 기분
이 풀려 들어온 아내를 보니 괜히 미안해집니다.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말을 해도 됐을
텐데...

 무료급식을 한다고 일을 시작해 놓고 실질적인 무료급식은 아내(큰샘물)가 다 해야 했습
니다. 일 벌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남편덕에 일 복은 터진 것 같은데 몸은 날마다 파김치
가 되는 아내. 이렇게 바쁘게 살아도 살은 안빠진다며 넋두리하는 아내에게 "난 빼빼보다
통통한 여자가 좋더라 뭐~"라며 한마디 해 봅니다. 접대용 맨트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는가 봅니다.
 무료급식을 시작한지 만 2년이 됐습니다. 며칠후면 3년째로 접어 듭니다. 처음에는 몇분
오시지 않았는데 요즘은 많이 오실때는 7-80분이 오십니다. 무료급식을 하면서어려웠던 날
보다는 좋았던 날이 더 많다고 고백하는 아내를 보면서 타고 났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
떠한 상황이라도 사람이 해야 할 도리는 하며 살자는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지는가 봅니다.
 푸짐하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무료급식소에서 2001년 마지막 식사를 하시는 어르신들
께 "내년 떡국은 소록도 봉사 다녀와서 끓여 줄께요. 그동안 건강하게 잘 게세요"라며 송년
인사를 하는 사람. 나에게 소록도에 필요한 물건들이 뭐냐며 주섬 주섬 소록도 봉사갈 준비
를 하고 있는 사람. 이 사람이 내 아내입니다. 나는 그 사람을 가끔은 울리는 못된 남편이기
도 합니다. 그래도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아
마...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니 행복하고요, 나누며 살 수 있
으니 행복합니다."라고...
 올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
니다.

 200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