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내 고향 청산도~

[고향] 고향과 빠삐용...3

자오나눔 2007. 1. 16. 12:55
   핸드폰이 안되고 통신도 할 수 없으니 갑자기 맥이 빠진다. 티비를 켜고 있어도 그게 그거다. 밖으로 나돌아 다니려 해도 쉽지 않다. 오자마자 주방으로 들어가 설 준비를 하는 아내에게 차 타고 돌아다니자고 할 수도 없다. 마당만 몇 바퀴 돌다가 마실을 나간다. 목발짚고 멀리 갈 처지도 안되니 나가봐야 집 근처다. 멀리 보이는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어릴 때부터 복산(福山)이라던 높은 산은 우람한 어깨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든든하게 서 있다. 아마 내일 아침에는 어김없이 허리에 안개를 감고 아침 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멀리 보이는 범바위가 태고적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말해주고 있다.

   오후 늦게야 아내가 시간을 낸다.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면소재지로 나갔다. 변함없이 반겨주는 친구가 있는 곳이다. 많은 친구들이 하늘나라에 갔다. 바다를 생업으로 살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파도의 거침 속에서도 인간의 순순한 정을 간직하고 있는 내 소중한 친구들이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려 설 지내며 쓰라고 과일을 사서 들고 친구집으로 들어 간다. 친구가 뱃일을 하면서 입으라고 두툼한 옷을 한벌 준비했었는데 함께 들고 간다. 반가움이다. 보고픔의 단계를 지나 그리움이 되었었나 보다. 친구의 눈자위가 붉어짐을 보고 많이 외로웠구나...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두가 빠쁘게 살아가고 있다. 오래도록 친구의 시간을 잡고 있을 수도 없다. 저녁을 먹고 가라는 친구 아내의 정을 물리치며 집으로 돌아 온다.

   저녁이 되니 몇명의 친구들이 찾아 왔다. 모처럼 내려온 친구를 위해 문어랑 횟감을 들고 왔다. 금새 상이 차려진다. 친구들과 모처럼 마주 앉아 정담을 나눈다. 자꾸 권하는 술잔을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받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인들과 연락을 할 수 없음에 마음이 조급하다. 친구들마저 돌아가고 나니 할 일이 없다. 내가 컴퓨터와 많이 친해졌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가지고 간 성경책을 펴놓고 읽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통신에 접속을 할 수 없음이 더 안달을 나게 하는가 보다. 자리를 이동해 가면서 핸드폰 전파가 터지는 곳을 찾는다. 겨우 통화를 하려고 하면 또 끊긴다. 당장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고 싶다. 아내에게 내일 당장 올라가자는 쉰소리를 해 본다. 빠삐용은 섬을 탈출하려고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나갈 수 있는데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감옥에 갇혔는가 보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