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갑자기 떠오르는 얼굴

자오나눔 2007. 1. 17. 10:35
      분주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꿈이 있다.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그날을 그리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게 우리들의 일상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그냥 자기 마음내키는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속에 남모를 꿈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리라. 꿈을 꾸는 사람은 겉모습은 힘들어도 마음은 행복하다. 남이 알지 못하는 큰 보화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가까이 하는 것 그것도 복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힘들때도 많다. 육신의 고통보다 여러가지 갈등으로 빚어지는 마음의 고통은 그자리에서 주저 앉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도 앞을 보고 걸어가야 함은 그 길은 가야할 길이요, 죽어도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 안에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 안에서 그분과의 완전만 이루어진다면 모두가 사랑이요, 모두가 자비가 된다는 것이다. 그 완성을 이루지 못하고 내가 앞서려고 하기 때문에 날마다 끙끙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 안에서 천국이 이루어져 있는데 세상의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그러나 아직도 연약한고로 그 완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에 세상것에 눈을 돌리고, 마음을 두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요즘 소록도 난방비 마련 자선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물론 후원을 받기 위함이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며 하루 일정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시작하는 하루, 하루의 순간 순간을 지나다 보면 기도했던대로 진행되지 않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다. 아무리 인위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 보려고 하지만 헛수고가 된다. 마음이 상한 상태로 피곤에 지쳐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하루를 정리해 보면, 하나님이 원하지 않았던 일은 진행되지 않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때는 감사가 나올수밖에 없다. 날마다 순간 순간마다 감사로 살아야 하지만 감사를 참 멀리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생각을 해 본다.

      어제는 부천에 나갔었다. 이런 저런 일을 마치고 화성으로 돌아 오는 길에 소사고등학교 근방을 지나가는데 문득 떠오르는 모습이 있었다. 추운 겨울에 봉사를 가던 날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하얀 눈이 쌓인 길에서 작은 책자를 펼치고 읽고 있던 회원의 모습이었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속으론 당황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나도 나이를 먹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으며 살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책읽기 좋은 계절이 왔다고 하는데 한동안 책읽는 일에 소홀했던 것 같다. 책속에 세상이 담겨있고, 꿈을 꿀 수 있는 작은 씨앗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간다. 부모님 산소도 들려 보고 어르신들도 찾아 뵙기 위함이다. 어쩌면 집안에 큰 일이 생기기 전에는 내려가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은 가방 속에는 한두권의 책이라도 넣고 가야겠다. 책을 읽을 시간이 생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져가야겠다.

      2003. 9. 7
      비오는 날에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