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찰칵!

자오나눔 2007. 1. 17. 11:49
     장마가 시작되었다. 가뭄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넋두리를
   하는 고향  어르신들의 하소연이 들려 왔었는데  이젠 웃음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비가 온다는 것  그 자체가 좋다. 장애우
   60여명에게 냉면을 해  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새벽부터  비가 온
   다. 냉면은 더울  때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데...라는 생각
   에, 준비해 놓은  냉면이지만 밥으로 대체를 할까라는  고민을 잠
   시 했었다. 그래도  냉면을 기다리는 장애우들이 있기에  그냥 밀
   고 나가기로 한다.

     출발 시간에 맞춰  해님이 방긋 웃는다. 호랑이도  장가가는 게
   부끄러운지 약간의 비를  뿌리곤 멈춰 준다. 아침  일찍부터 부지
   런히 서두른다. 세븐  생선 가게에서 고등어 자반을  후원해 주셔
   서 무료 급식소에 가져다 놓고 시장을 본다.  10시 30분까지 냉면
   과 육수를 가져오기로 한 형이 연락이 안된다.  기다리다 지쳐 가
   게로 가니 아직 출근 전이다. 지난밤에 酒님과  교제를 나누다 보
   니 은혜를 너무 받아 버렸나 보다. 냉면과  육수를 싣고 사랑의집
   으로 차를 달리면서 느끼는 기분... 차가 허전하다는 거다. 부천에
   선 아내와 나만 출발을  하고 있네.... 언젠간 봉사자가 넘칠 날도
   있겠지? 안산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루치아님과 함께 오
   라고 했는데 잘 만나서 오고 있는지...

     사랑의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들어서니 장미울타리가 진을
   치고 반겨준다.  미색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잠시 차창을
   열어 구경을 한다. 밤꽃 냄새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고 있다. 개
   똥 토마토 나무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모처럼 시골 경치를 구경한다.  기분이 참 좋다. 500살 먹은 은행
   나무는 변함없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친구는 미리  도착하여 우
   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담한  루치아님의 밝은 미소가 곱다. 안으
   로 들어서는데 빨랫터엔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있다. 알고보니 공
   무원 연수원에서  봉사 코스가  있어 봉사를 온  연수생들이였다.
   아~ 반갑다. 우리  봉사자가 부족한 줄 알고 지원군을  보내 주셨
   네~ 감사해라.

     주방에 들어선 우리  일행들은 냉면을 풀어 삶고,  달걀을 삶아
   까고, 오이채를 썰고,  김치를 썰고... 이것저것 점심  준비에 바쁘
   다. 장애우들과 변함없이 하모니카를 불며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
   낸다. 여전히 즐거워하는 장애우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냉면 육
   수를 얼려 오지  않아 냉동실에 넣고 차갑게  하는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렸다. 그 시간에 모든 준비가 끝나고 상을 차린다. 공무원
   연수생들도 함께 자리를  잡고 점심을 나눈다. 그들은  따로 김밥
   을 마련해 왔는데 냉면  파티에 동참을 한다. 물냉면, 비빔냉면이
   각자 기호에  따라 자리를 잡고  있다. 요리 솜씨가 좋은  아내를
   둔 것도 복이다.

     언제나 말없이 봉사를 하고 있는 친구 녀석,  내가 뭐라고 하면
   씽긋 미소로 답하며  짙은 눈썹을 八자로 만들고  있다. 루치아님
   은 재치  있게 알아서 자기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나는 들러리다. 몸이 불량품이니  동무나 해야지~~ ^_^*빙그레~ 1
   년만에 먹어 보는 냉면이다. 작년에 우리가 해준  냉면 말고는 처
   음이란다. 장애우들이  맛있게 먹으니 기분  좋다. 목욕 봉사하던
   분들이 힘들어 줄었다. 변함없이 애쓰고  있는 경희집사님이 보기
   좋고 든든하다. 다음에 갈  땐 면도날을 많이 사가지고 가야겠다.
   처음 봉사를 오신  집사님이 신났다. 그 마음이  오래도록 지속되
   었으면 좋겠다.

     식사가 끝나자 설거지하는  친구와 루치아님~ 아내는 아내대로
   한쪽에서 짐을 정리해  주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지런히  방을 닦
   고 있고, 빨래 팀들은 다시 빨래터로 나간다. 연수원팀의 윤정 자
   매는 섬기는 자세가 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가려는 듯
   일거리를 찾아 하고  있다. 진취적인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잠시
   그들에게 지금  이 마음이 변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해  본다.
   어느덧 우리들이 돌아갈 시간이 됐다. 그래도 무언가  해 주고 가
   려는 봉사자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장애우들이 늘어 살림하기가
   더 어려울 텐데 변함없이  밝은 사랑의 집 사역자들의 모습이 보
   기 좋다. 빨래터를  지나 돌아서는 우리들의 눈앞엔  선홍색 접시
   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진 한 장   찰칵!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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