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음이 설레게 된다. 시
장에 나가 보면 넉넉한 추석이 되라고 덕담을 나누는 손님과 상인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어느 집에서나 추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보다. 비록 고향에는 찾아가지 못하지만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는
많은 사람들도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말도
있지만 명절이면 더욱 외로운 사람들은 우리 곁에 너무나 많다.
가정 환경(결손가정, 부모 학대)에 영향을 받고 가출하여 길거리를
배회하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청소년 쉼터'라는 곳이 우리
나라엔 참 많다. 거의가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참 잘하고 있
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봉사하는 아우가 있다. 낮엔 대학교 교수 조
교로 일을 하고 밤엔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봉사를 하는 아우다. 추석
이라지만 갈 곳이 없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 그들을 초대
했다. 15살에서 18세까지의 소녀들이다. 그들과 무료 급식에 오시는 어
른들을 가게로 초대하여 잔치를 하기로 했다. 추석 전날부터 부지런히
서두르는 큰샘물, 도와 주지는 못하면서 잔소리만 하고 있는 나눔, 그
러나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동생네 가족이 집으로 왔다.
방에선 송편을 만들면서 흘러 나오는 웃음소리가 담을 타고 옆집으로
옮겨 가고 있다.
아내는 아침부터 바쁘다. 가게에 가서 연탄불을 피워 놓고, 생고기
도 썰어 놓고 야채까지 준비를 해 놓는다. 우리들도 가게로 이동하여
잠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며 초대한 손님들을 기다린다. 무료급식
에 오시는 할아버지는 미리 가게에 오셔서 장소를 확인하고 가신다.
얼마후 그녀들이 도착했다. 말같은 처녀들 같던데 15살이라고 했다. 늦
게 참석할 것 같다던 수영 회원이 일찍 도착했다. 상이 차려진다. 먼저
그들에게 생고기를 구워 주며 함께 정을 나눈다. 송편이 올라오고 음
료수가 올라오고 반찬들도 상에 오른다. 그녀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기
좋다. 구수한 냄새는 연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먼저 오신다. 아내는 무료급식소로 어른들을 태우러 가고 할아버
지와 함께 고기를 굽는다. 넝마주이 육씨도 도착한다. 함께 덕담을 나
누며 음식을 나눈다. 추석 명절이라 약주를 한잔씩 대접해 드리고 싶
었다. 건강이 안좋아 약주를 하지 않으신단다. 할머님 한분이 무료급식
소에 갔다가 적어놓은 메모와 약도를 보시고 찾아 오셨다. 가끔씩 식
사하러 오시던 할머님 한분이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시며 기웃거리신
다. 할머님을 오시라고 했다. 추석이라 친척집에 가셨는지 어른신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 준비한 음식은 많은데...
소녀들과 어른들이 식사를 다 마쳤다. 준비해 놓았던 선물을 품에
안겨 드린다. 좋아하시는 어른들을 보니 우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소녀들이 화장실 쪽으로 가는데 손에 담배가 들려져 있다. 금새 하얀
연기가 새어 나온다. 이젠 흔한 모습이지만 나에겐 작은 아픔으로 다
가온다. 동생에게 가서 대화를 나눠 보라고 했다. 가출 후 이리저리 돌
아다니다 보니 담배도 배우고 술도 배워 많이 늘었었단다. 그런데 청
소년 쉼터에 들어와 살면서 조심을 하지만 아직은 끊지 못했다며, 노
력하여 끊겠다는 그녀들의 모습이 밉지가 않다. 가정의 소중함도 잠시
이야기를 해 본다. 배워야 할 때 배우지 못한 아픔들도 이야기 해 준
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그녀들을 보면서, 그녀들을 보살피고 있
는 사역자들의 노고가 결실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가게 청소를 한 다음 그녀들과 의견을
나눈다. 영화를 볼 것인가, 노래방에 갈 것인가로 의견이 나뉜다. 결국
노래방으로 가기로 하고 세군데의 노래방을 들려서야 영업을 하는 곳
을 만났다. 신나하는 아이들.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 버리는 듯한 모습
을 보며 저렇게 밝은 아이들인데, 가정 환경이 조금만 좋았더라도 가
족과 살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너무나 잘 간다. 노
래방 아줌마도 넉넉한 마음씨를 보여 주신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 우
리는 밖으로 나온다. 버스를 타고 가는 그들에게 버스 타는 곳을 가르
쳐 주며 열심히 살아가자고 이야기를 한다. 악수를 하는 손길마다 따
뜻하다.
오늘의 작은 만남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아무도 모
른다. 그래도 난 믿는다. 그녀들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고비
를 만났을 때, 목발을 짚고 휘청거리면서도 그들과 함께 정을 나누려
했던 어느 장애인의 마음을 생각하고 멋진 사회의 역군으로 살아가리
라는 것을...
2000. 9. 12
추석날 밤에 부천에서 나눔
장에 나가 보면 넉넉한 추석이 되라고 덕담을 나누는 손님과 상인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어느 집에서나 추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가
보다. 비록 고향에는 찾아가지 못하지만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는
많은 사람들도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말도
있지만 명절이면 더욱 외로운 사람들은 우리 곁에 너무나 많다.
가정 환경(결손가정, 부모 학대)에 영향을 받고 가출하여 길거리를
배회하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청소년 쉼터'라는 곳이 우리
나라엔 참 많다. 거의가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참 잘하고 있
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봉사하는 아우가 있다. 낮엔 대학교 교수 조
교로 일을 하고 밤엔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봉사를 하는 아우다. 추석
이라지만 갈 곳이 없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 그들을 초대
했다. 15살에서 18세까지의 소녀들이다. 그들과 무료 급식에 오시는 어
른들을 가게로 초대하여 잔치를 하기로 했다. 추석 전날부터 부지런히
서두르는 큰샘물, 도와 주지는 못하면서 잔소리만 하고 있는 나눔, 그
러나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동생네 가족이 집으로 왔다.
방에선 송편을 만들면서 흘러 나오는 웃음소리가 담을 타고 옆집으로
옮겨 가고 있다.
아내는 아침부터 바쁘다. 가게에 가서 연탄불을 피워 놓고, 생고기
도 썰어 놓고 야채까지 준비를 해 놓는다. 우리들도 가게로 이동하여
잠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지며 초대한 손님들을 기다린다. 무료급식
에 오시는 할아버지는 미리 가게에 오셔서 장소를 확인하고 가신다.
얼마후 그녀들이 도착했다. 말같은 처녀들 같던데 15살이라고 했다. 늦
게 참석할 것 같다던 수영 회원이 일찍 도착했다. 상이 차려진다. 먼저
그들에게 생고기를 구워 주며 함께 정을 나눈다. 송편이 올라오고 음
료수가 올라오고 반찬들도 상에 오른다. 그녀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기
좋다. 구수한 냄새는 연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할아버지 한
분이 먼저 오신다. 아내는 무료급식소로 어른들을 태우러 가고 할아버
지와 함께 고기를 굽는다. 넝마주이 육씨도 도착한다. 함께 덕담을 나
누며 음식을 나눈다. 추석 명절이라 약주를 한잔씩 대접해 드리고 싶
었다. 건강이 안좋아 약주를 하지 않으신단다. 할머님 한분이 무료급식
소에 갔다가 적어놓은 메모와 약도를 보시고 찾아 오셨다. 가끔씩 식
사하러 오시던 할머님 한분이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시며 기웃거리신
다. 할머님을 오시라고 했다. 추석이라 친척집에 가셨는지 어른신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 준비한 음식은 많은데...
소녀들과 어른들이 식사를 다 마쳤다. 준비해 놓았던 선물을 품에
안겨 드린다. 좋아하시는 어른들을 보니 우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소녀들이 화장실 쪽으로 가는데 손에 담배가 들려져 있다. 금새 하얀
연기가 새어 나온다. 이젠 흔한 모습이지만 나에겐 작은 아픔으로 다
가온다. 동생에게 가서 대화를 나눠 보라고 했다. 가출 후 이리저리 돌
아다니다 보니 담배도 배우고 술도 배워 많이 늘었었단다. 그런데 청
소년 쉼터에 들어와 살면서 조심을 하지만 아직은 끊지 못했다며, 노
력하여 끊겠다는 그녀들의 모습이 밉지가 않다. 가정의 소중함도 잠시
이야기를 해 본다. 배워야 할 때 배우지 못한 아픔들도 이야기 해 준
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그녀들을 보면서, 그녀들을 보살피고 있
는 사역자들의 노고가 결실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가게 청소를 한 다음 그녀들과 의견을
나눈다. 영화를 볼 것인가, 노래방에 갈 것인가로 의견이 나뉜다. 결국
노래방으로 가기로 하고 세군데의 노래방을 들려서야 영업을 하는 곳
을 만났다. 신나하는 아이들.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 버리는 듯한 모습
을 보며 저렇게 밝은 아이들인데, 가정 환경이 조금만 좋았더라도 가
족과 살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너무나 잘 간다. 노
래방 아줌마도 넉넉한 마음씨를 보여 주신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 우
리는 밖으로 나온다. 버스를 타고 가는 그들에게 버스 타는 곳을 가르
쳐 주며 열심히 살아가자고 이야기를 한다. 악수를 하는 손길마다 따
뜻하다.
오늘의 작은 만남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아무도 모
른다. 그래도 난 믿는다. 그녀들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어떤 고비
를 만났을 때, 목발을 짚고 휘청거리면서도 그들과 함께 정을 나누려
했던 어느 장애인의 마음을 생각하고 멋진 사회의 역군으로 살아가리
라는 것을...
2000. 9. 12
추석날 밤에 부천에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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