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새벽 2시에 눈이 떠진다. 밖으로 나갔다. 오늘이 입동이라는데
날씨가 포근하다. 런닝셔츠 차림으로 서 있어도 춥다는 느낌이
없다.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가보니 몇 분
이 이불을 덮어쓰고 기도하고 계셨다. 춥다고 철야기도를 포기한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차마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잠시 기도를 드린다. '주님... 저분들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다시 숙소로 들어가 잠시 있다가 30분전에 모두를 깨운
다. 옷을 챙겨 입고 예배당으로 가니 벌써 많은 분들이 모여서
개인 기도를 하고 계셨다. 새벽 3시 30분인데...
윤목사님의 귀한 말씀이 새벽에 소록도 성전에 울려 퍼지고
있다. 손가락도 쓰지 못해 조막손 뭉텅이로 피아노 건반을 두들
기는 김집사님의 모습은 언제나 은혜를 주고 있다. 성가대의 맑
은 목소리가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고 있다. 올 때마다
줄어드는 어르신들. 그 사이에 몇 분이 소천을 하셨단다. 새벽 예
배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담소를 나눈다. 오늘 일정을 말
해 준다. 여수 애양원에 들려서 한센병 환자의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 주었다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고 오히려 자
신의 양자로 삼았다는 손양원 목사님의 전시관과 산소를 들려 보
기로 했다. 시간이 되면 여수에 사는 지인까지 만나 보기로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어제 덜 땄던 유자를
따러 간다. 유자 가시에 찔리면서도 모두 열심히 딴다. 유자차를
담아서 꼭 전해 드려야겠다. 호박도 따러 간다. 돼지우리 지붕에
빛깔 곱게 익어 있는 호박을 따서 차에 실어 주시는 장로님, 풋
호박이라도 가져가라며 따다 주시는 어르신들... 모두가 사랑으로
호박을 주신다. 신정때 갈 때는 작은 선물이라도 마련해 가야겠
다. 유자차와 호박즙을 잘 만들어 그걸로 결식 노인 무료 급식에
쓰일 겨울 김장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혜섭 누이를 위
해 소록도 구경을 시켜 드린다. 중앙 공원부터 감금실, 검시실,
한하운 시비, 전시실, 화장장, 교도소, 만령당 등, 구석구석을 구
경한다. 올 때마다 보지만 느끼는 것은 다르다.
소록도를 떠나 애양원에 들려 기념 촬영을 하고 자료로 남기
기 위해 자료 사진도 찍는다. 잠시 시간이 남아 지인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애양원을 돌아 나오는데 억새꽃이 우리를 배웅하고
있다. 억새꽃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차는 달린다. 한참을 가는데
경찰이 많이 보인다. 도로 통제를 하고 있다. 누군가 높은 사람이
왔거나, 데모를 하거나, 퍼레이드를 하는가 보다는 의견이 나온
다. 잠시 서 있는데 김대통령이 지방 순시를 나왔다 이동하는 모
습이 보인다. 힘내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물어 물어 드디어 지인을 만났다. 점심을 대접받았다. 열심히
살아가는 부부를 보며 행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소록도 호박 몇 덩이 내려놓고, 우리 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부족하여 아쉬운 이별을 하고 다시 차를
달린다. 부지런히 달려 부천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되었다. 소록
도는 따뜻했는데 부천은 엄청 춥다. 겨울이다. 짐을 내리고 출출
한 배를 채우자며 해장국집에 들려 식사를 하고, 호준님 차에 혜
섭 누이를 태워 보내고, 윤목사님 떠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집으로 돌아온다. 불꺼진 방이 춥지만 그래도 내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소록도 방문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
사를 드립니다. 특히 물질로, 물품으로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00.11.8
부천에서 나눔
새벽 2시에 눈이 떠진다. 밖으로 나갔다. 오늘이 입동이라는데
날씨가 포근하다. 런닝셔츠 차림으로 서 있어도 춥다는 느낌이
없다. 예배당에서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가보니 몇 분
이 이불을 덮어쓰고 기도하고 계셨다. 춥다고 철야기도를 포기한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차마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잠시 기도를 드린다. '주님... 저분들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다시 숙소로 들어가 잠시 있다가 30분전에 모두를 깨운
다. 옷을 챙겨 입고 예배당으로 가니 벌써 많은 분들이 모여서
개인 기도를 하고 계셨다. 새벽 3시 30분인데...
윤목사님의 귀한 말씀이 새벽에 소록도 성전에 울려 퍼지고
있다. 손가락도 쓰지 못해 조막손 뭉텅이로 피아노 건반을 두들
기는 김집사님의 모습은 언제나 은혜를 주고 있다. 성가대의 맑
은 목소리가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고 있다. 올 때마다
줄어드는 어르신들. 그 사이에 몇 분이 소천을 하셨단다. 새벽 예
배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담소를 나눈다. 오늘 일정을 말
해 준다. 여수 애양원에 들려서 한센병 환자의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 주었다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고 오히려 자
신의 양자로 삼았다는 손양원 목사님의 전시관과 산소를 들려 보
기로 했다. 시간이 되면 여수에 사는 지인까지 만나 보기로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어제 덜 땄던 유자를
따러 간다. 유자 가시에 찔리면서도 모두 열심히 딴다. 유자차를
담아서 꼭 전해 드려야겠다. 호박도 따러 간다. 돼지우리 지붕에
빛깔 곱게 익어 있는 호박을 따서 차에 실어 주시는 장로님, 풋
호박이라도 가져가라며 따다 주시는 어르신들... 모두가 사랑으로
호박을 주신다. 신정때 갈 때는 작은 선물이라도 마련해 가야겠
다. 유자차와 호박즙을 잘 만들어 그걸로 결식 노인 무료 급식에
쓰일 겨울 김장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혜섭 누이를 위
해 소록도 구경을 시켜 드린다. 중앙 공원부터 감금실, 검시실,
한하운 시비, 전시실, 화장장, 교도소, 만령당 등, 구석구석을 구
경한다. 올 때마다 보지만 느끼는 것은 다르다.
소록도를 떠나 애양원에 들려 기념 촬영을 하고 자료로 남기
기 위해 자료 사진도 찍는다. 잠시 시간이 남아 지인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애양원을 돌아 나오는데 억새꽃이 우리를 배웅하고
있다. 억새꽃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차는 달린다. 한참을 가는데
경찰이 많이 보인다. 도로 통제를 하고 있다. 누군가 높은 사람이
왔거나, 데모를 하거나, 퍼레이드를 하는가 보다는 의견이 나온
다. 잠시 서 있는데 김대통령이 지방 순시를 나왔다 이동하는 모
습이 보인다. 힘내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물어 물어 드디어 지인을 만났다. 점심을 대접받았다. 열심히
살아가는 부부를 보며 행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소록도 호박 몇 덩이 내려놓고, 우리 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부족하여 아쉬운 이별을 하고 다시 차를
달린다. 부지런히 달려 부천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되었다. 소록
도는 따뜻했는데 부천은 엄청 춥다. 겨울이다. 짐을 내리고 출출
한 배를 채우자며 해장국집에 들려 식사를 하고, 호준님 차에 혜
섭 누이를 태워 보내고, 윤목사님 떠나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집으로 돌아온다. 불꺼진 방이 춥지만 그래도 내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소록도 방문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
사를 드립니다. 특히 물질로, 물품으로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00.11.8
부천에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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