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소록도 그 아름다움...4

자오나눔 2007. 1. 17. 12:10
      부엌에서는 점심때 대접할 떡국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유진이는 잡
   채를 맛있게 무친다. 한입 넣어  주는 잡채를 먹어 보니 참 맛있다. 좋
   은 쌀로 뽑은 떡국, 육질  좋은 소고기를 푹 삶아 육수를 내고, 지단을
   부치고, 고명을 넣어 한 그릇씩 담아 내는 떡국. 예배당에 차려진 앉은
   뱅이 잔칫상에 어르신들이  둘러앉았다. 무료 급식에 쓰려고  담근 800
   포기의 김장김치 중에  일부를 퍼 온 김치가 감칠맛이다.  잡채와 떡국
   이 맛있다며 더 달라는 어르신들. 어느 분은 떡국 대신 잡채만 드신다.
   이유를 물었더니 떡국 먹으면  한 살 더 먹는 거 같아  싫단다. 웃음이
   나왔지만 그 어르신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대통령도  부럽지 않
   다는 고백이 빈말이라도 듣기 좋다.
      기도 제목을 쓴 설문지를 장로님께 드린다. 매일  새벽 기도 시간마
   다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실 소록도  어르신들을 생각한다. 김
   용덕 할머님이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나를 찾는다.  뭉텅 떨어져 나간 손
   가락들로 인해 조막손이  되어 버린 할머님의 손을 잡는다.  왜 그러시
   느냐 했더니 "우리 지영현이는 잘  있어?"하신다. 2년전에 왔던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며 찾는 할머님의 사랑이 감동이다.  바로 핸드폰을 연결
   해 친구와 통화하게 한다. 자상하게 친구를 챙기시는 할머님의 사랑.

      눈이 많이 와서  도로가 모두 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저녁부터는
   더 추워진다는 뉴스가  우리들의 마음을 재촉한다. 서둘러짐을  챙기게
   한다. 차에  오르는 우리를 배웅하는  그분들의 눈가에 보이는  이슬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동네에  들려 몇 분의 어르신들을 찾아  뵙고 인사
   를 드린다.  무언가 챙겨 주려는  그분들. 우리의 고향을 만나게  한다.
   미처 구경하지 못했던 몇 군데를 들려 중앙 공원까지 구경하게 한다.
      이제 소록도를 떠나야  한다. 부지런히 달려 우리들의  터전으로 복
   귀를 해야 한다. 소록도. 비록 저주의 병이라는 한센씨 병에 걸리면 끌
   려가 고생을 해야  했던 소록도지만, 소록도는 이젠 저주의  땅이 아니
   다. 순수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과 기도가 있는 축복의 땅이다. 이번
   소록도 방문에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패랭
   이꽃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1.1.3
      부천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