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감사

자오나눔 2007. 1. 17. 12:41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후기 쓰는 것을 잊고 있었다. 매월 쓰는 일이라 당연히 쓴 것으로 착각을 했었는가 보다. 오늘 문득 게시판을 보니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후기를 써 본다.

  만 7년이다. 그들과 인연을 맺은게 벌써 그렇게 됐다. 아이들 나이로 생일이 빠르면 초등학교에 들어갈 세월이다. 그동안 참 많이 변했다. 외현으로 보이는 낡은 건물은 여전하지만, 상주하는 직원이 생겨서 일하시기도 수월하리라. 전도사님으로 계시던 최진길 목사님은 작년부터 목사님이 되셔서 총 책임자로서 사역을 하시고 있다. 류마치스 관절염으로 인해 지체장애 2급의 훈장을 달고도 정말 열심히 사랑을 나누시는 목사님. 언제나 그분을 뵐때면 자연스럽게 존경심이 우러 나온다. 참 감사할 일이다.
  7년전에 처음 회원들을 인솔하여 식사 봉사를 했을 때 일이다. 열심히 음식을 만들었다. 밑반찬은 몇몇이서 미리 준비를 해 왔지만, 밥하고 국과 큰 반찬은 직접 조리를 했었다. 식탁을 차리고 푸짐한 음식을 앞에 두고 목사님께(당시 전도사) 식사 기도를 부탁했었는데, 그때 기도를 듣고 얼마나 은혜를 받았던지...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희들을 사랑하시어 이렇게 건강 지켜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먹을때나 마실 때나 언제나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건강을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일그러진 몸뚱이,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장애우들, 괴성을 지르며 뛰어 다니는 장애우들, 전신마비가 되어 누워있는 장애우, 중풍으로 반신 불수가 된 어느 할머니... 모두가 중증 장애인들이다. 그런데 건강을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니... 더이상 나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시니 감사했고, 몸은 비록 불편하나 해맑은 순순함을 지켜주시고, 더이상 악화 되지 않게 해 주심을 감사하는 것이었다.
 잃어버린 아홉을 가지고 원망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한가지를 가지고 감사하고 계셨다. 이것이다. 은혜는 바로 이것이다. 하나님를 믿으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선물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감사' 감사가 생할화 된 삶, 그것을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인데, 나는 믿노라 하면서도 얼마나 감사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가... 참 많은 반성을 했었고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었었다.

  명희씨는 나보다 세살이 많다. 그래도 항상 나에게 형부라고 부른다. 아내가 명희씨보다 연상이라 자연스럽게 부르는가 보다. 명희씨는 정신박약에 간질까지 잃고 있다. 그래도 언제나 밝기만 하다. 봉사자들이 부족할 때면 언제나 설거지는 명희씨 담당이었다. 자기의 영역을 봉사자들이 침범(?)할 때면 울면서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 그녀에겐 다른 장애우들이 먹고 남은 설거지를 하는게 행복이었다. 봉사자가 오면 하다못해 곁에서 서 있는 것이라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장애우를 돌보는 쪽으로 자신의 임무를 바꿨는가 보다.
  그런 명희씨가 이번에는 설거지하는데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런 저런 질문도 하면서 이빨이 다 빠진 입을 크게 벌리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 오늘 생선가스가 맛있었다는니, 언니는 형부하고 어떻게 만났느냐는 둥... 궁금한 것도 많다. 아까 예배를 드리고 찬양을 할 때도 열심히 하더니 주방에 와서도 열심이다. 질문을 해 놓고도 가끔은 쑥스러운지 나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 감사했다.

  설거지도 끝나고 일회용 커피 한잔씩 타 들고 잠시 담소를 나눈다. 명희씨가 기웃거린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그러는 것이다. 처음엔 모른체 했는데 마음이 약해진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안잔다고 하던데... 나도 모르게 마시던 커피잔을 건내 주고 만다. 좋아하며 금새 잔을 비운다. 그러더니 혼자 찬송을 흥얼거리며 걸래를 들고 예배당 청소를 하고 있다. 예배당이래야 놀이공간이요, 식당이요, 휴식의 장소를 겸하는 곳이지만...
  사랑의 집을 거쳐간 장애우들도 참 많다.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의 집에 있는 장애우들은 복이 많다는 생각도 해 본다. 수시 때때로 예배를 드리고 찬양하며, 진수 성찬은 아니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감사하지 않는가. 사랑으로 돌보아주는 간사들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보다 더 감사한 것, 날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에, 날마다 성령 체험을 하기에 진짜로 감사하지 않는가. 다음달에 또 찾아와 만날 사랑을 미리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감사의 기도가 나오고 있었다. 욕심이 없으니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다보니 저절로 행복이 찾아 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