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하는 날.
설 명절 밑이라고 떡 만두 국을 끓여 주겠다며 어제 밤부터 만두 속을 만들고 있는 아내. 신 김치 잘게 썰고, 숙주나물 데쳐서 잘게 썰고, 고기도 넣고, 이것저것을 조합하여 맛있는 만두 속을 준비한다. 떡 방앗간에 맡겨놓은 쌀은 먹기 좋은 떡국으로 변해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커다란 배추 한 포기에 천원이라며 다섯 포기를 사왔던 아내는 겉절이 김치를 만들기 위해 소금을 뿌려 놓는다. 어느새 자정을 넘기고 있다. 모닝콜을 5시에 조정해 놓고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다시 일어나 몇 가지 밀린 일을 해 놓고 새벽녘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5시. 어김없이 전화기의 모닝콜은 우리를 깨우고 있다. 부지런히 김치를 만들고 있다. 매콤한 냄새가 식욕을 당기고 있다. 친구와 함께 차 트렁크에 준비한 쌀, 생선, 과일, 간식거리, 밀가루, 김치 등을 싣고 있다. 자기도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던 춘천 나눔의 동산 봉사는 자오 나눔에서 방문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하겠단다. 그러고 보니 회사도 하루 결근했는가 보다. 아내와 나, 친구와 혜란님이 차에 탔다. 춘천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사무실에 들려 서류를 준비하고, 나눔의 동산으로 지금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다른 팀이 오늘 방문한다고 어제 연락이 와서 일정을 잡아 놨단다. 작년 8월에 한 번 방문했던 팀인데 오늘 오신다고 했단다. 평일에는 방문객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미리 연락을 드리지 않았는데, 이상한 상황으로 변했다. 알았다고 해 놓고 춘천으로 차를 달린다. 무슨 뜻이 있으리라. 며칠 전부터 봉사 갈 준비를 하게 한 뜻이 있으리라. 아침 7시에 출발을 했는데 도로가 많이 막힌다. 의암호를 끼고 달리면서 차창을 열었다. 날씨가 참 포근하다. 며칠 전에 입춘이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겨울인데 봄 날씨 같다. 호수를 곁에 두고 달리는 길은 참 멋지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니 원장님이 맨 먼저 반겨 주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 "안 오시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어요" "왜요?" "방문하시기로 한 팀이 인원이 줄어서 식사 봉사는 못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내셨나 봅니다~" "안 오실 줄 알고 평상시대로 고구마 삶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방문객이 적고 후원도 없어 언제나 어렵게 산다. 그래도 텃밭에 심었던 고구마가 풍작이라 올 겨울은 끄덕 없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씽긋 웃음으로 대답해 본다. 없어도 행복해하는 사람들. 있는 그대로를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 그들을 찾아간 우리는 그들의 감사를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사이 준비해 간 물품을 차에서 내리고 있는 일행들. 잘 손질한 아구를 보여주며 다음에 아구 탕을 끓여 드시라고 하는 아내. 부엌에 들어가 기도를 해주고 화이팅을 해 본다. 즉석에서 만두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다. 떡국용 떡은 찬물에 담가 놓고, 커다란 솥에는 양지머리를 푹 삶고 있다. 만두를 만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눔의 동산에서 일하고 있는 간사 한 분이 이런 말을 한다. "저희는 자오 나눔 선교회에서 오시면 외식하는 날이에요" 그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예배는 드리지 않았다. 보건소에서 나와서 예방 접종을 하고 있었고, 춘천 시내 미용실 원장님들 몇 분이 이발 봉사를 오셨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모니카를 부르며 찬양을 한다. 갓난 아이 때부터 아버지에게 심한 학대를 받아 남자들을 보면 무서워하며 도망가던 5살짜리 미연이가 내 품에 안긴다. 하모니카를 불러 주니 좋은가 보다. 나이를 물어 보니 손가락 5개를 펴며 나이를 알려 준다. 어느새 아이들만 내 주위에 빙 둘러앉아 있다. 뽀뽀뽀부터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학교 종, 산토끼, 아주 먼 옛날 등 신청 곡도 다양하다. 그사이 이발을 마치신 할머님들이 한 두분 올라오고 계신다. 아흔 세살 되신 멋쟁이 할머님은 덥석 내 조막손을 잡으며 기뻐하신다. 사람 사는 정이다. 피엘 선교회에서 오신 분들을 만났다. 자기들의 역량이 되는 한 열심히 나누는 분들이셨다. 이발 봉사를 오신 분들도 식당으로 오신다. 식사시간이다. 떡만두국에 푸짐한 찐만두도 상에 올라왔다. 별미인가 보다. 맛있게 드시고 더 잡수는 어르신들을 보며 행복해 하는 우리들.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평상시 같으면 이런 명절 밑에는 방문하겠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이번 설에는 아직 연락이 없다며, 살기가 더 어려워졌는가 보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동감을 한다. 총각무 김치를 많이 담아 놨었는데 조금 가져가서 무료급식에 쓰시라며 오히려 챙겨주시는 원장님을 뵈며 나도 모를 감동을 만난다. 설거지도 끝났다. 부지런히 서둘러도 오후 6시안에는 집에 도착할 수 없다. 거리가 조금만 가까웠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것은 내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안다. 다음달에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서둘러 차에 오른다. 차에서 잠시 기도를 드린다. 더 많은 분들이 나눔의 동산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하며...
춘천 나눔의 동산(033-243-2074)
2002.2.7
나눔
설 명절 밑이라고 떡 만두 국을 끓여 주겠다며 어제 밤부터 만두 속을 만들고 있는 아내. 신 김치 잘게 썰고, 숙주나물 데쳐서 잘게 썰고, 고기도 넣고, 이것저것을 조합하여 맛있는 만두 속을 준비한다. 떡 방앗간에 맡겨놓은 쌀은 먹기 좋은 떡국으로 변해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커다란 배추 한 포기에 천원이라며 다섯 포기를 사왔던 아내는 겉절이 김치를 만들기 위해 소금을 뿌려 놓는다. 어느새 자정을 넘기고 있다. 모닝콜을 5시에 조정해 놓고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다시 일어나 몇 가지 밀린 일을 해 놓고 새벽녘에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5시. 어김없이 전화기의 모닝콜은 우리를 깨우고 있다. 부지런히 김치를 만들고 있다. 매콤한 냄새가 식욕을 당기고 있다. 친구와 함께 차 트렁크에 준비한 쌀, 생선, 과일, 간식거리, 밀가루, 김치 등을 싣고 있다. 자기도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던 춘천 나눔의 동산 봉사는 자오 나눔에서 방문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하겠단다. 그러고 보니 회사도 하루 결근했는가 보다. 아내와 나, 친구와 혜란님이 차에 탔다. 춘천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사무실에 들려 서류를 준비하고, 나눔의 동산으로 지금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다른 팀이 오늘 방문한다고 어제 연락이 와서 일정을 잡아 놨단다. 작년 8월에 한 번 방문했던 팀인데 오늘 오신다고 했단다. 평일에는 방문객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미리 연락을 드리지 않았는데, 이상한 상황으로 변했다. 알았다고 해 놓고 춘천으로 차를 달린다. 무슨 뜻이 있으리라. 며칠 전부터 봉사 갈 준비를 하게 한 뜻이 있으리라. 아침 7시에 출발을 했는데 도로가 많이 막힌다. 의암호를 끼고 달리면서 차창을 열었다. 날씨가 참 포근하다. 며칠 전에 입춘이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겨울인데 봄 날씨 같다. 호수를 곁에 두고 달리는 길은 참 멋지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니 원장님이 맨 먼저 반겨 주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 "안 오시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어요" "왜요?" "방문하시기로 한 팀이 인원이 줄어서 식사 봉사는 못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내셨나 봅니다~" "안 오실 줄 알고 평상시대로 고구마 삶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방문객이 적고 후원도 없어 언제나 어렵게 산다. 그래도 텃밭에 심었던 고구마가 풍작이라 올 겨울은 끄덕 없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씽긋 웃음으로 대답해 본다. 없어도 행복해하는 사람들. 있는 그대로를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 그들을 찾아간 우리는 그들의 감사를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사이 준비해 간 물품을 차에서 내리고 있는 일행들. 잘 손질한 아구를 보여주며 다음에 아구 탕을 끓여 드시라고 하는 아내. 부엌에 들어가 기도를 해주고 화이팅을 해 본다. 즉석에서 만두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다. 떡국용 떡은 찬물에 담가 놓고, 커다란 솥에는 양지머리를 푹 삶고 있다. 만두를 만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눔의 동산에서 일하고 있는 간사 한 분이 이런 말을 한다. "저희는 자오 나눔 선교회에서 오시면 외식하는 날이에요" 그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예배는 드리지 않았다. 보건소에서 나와서 예방 접종을 하고 있었고, 춘천 시내 미용실 원장님들 몇 분이 이발 봉사를 오셨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모니카를 부르며 찬양을 한다. 갓난 아이 때부터 아버지에게 심한 학대를 받아 남자들을 보면 무서워하며 도망가던 5살짜리 미연이가 내 품에 안긴다. 하모니카를 불러 주니 좋은가 보다. 나이를 물어 보니 손가락 5개를 펴며 나이를 알려 준다. 어느새 아이들만 내 주위에 빙 둘러앉아 있다. 뽀뽀뽀부터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학교 종, 산토끼, 아주 먼 옛날 등 신청 곡도 다양하다. 그사이 이발을 마치신 할머님들이 한 두분 올라오고 계신다. 아흔 세살 되신 멋쟁이 할머님은 덥석 내 조막손을 잡으며 기뻐하신다. 사람 사는 정이다. 피엘 선교회에서 오신 분들을 만났다. 자기들의 역량이 되는 한 열심히 나누는 분들이셨다. 이발 봉사를 오신 분들도 식당으로 오신다. 식사시간이다. 떡만두국에 푸짐한 찐만두도 상에 올라왔다. 별미인가 보다. 맛있게 드시고 더 잡수는 어르신들을 보며 행복해 하는 우리들.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평상시 같으면 이런 명절 밑에는 방문하겠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이번 설에는 아직 연락이 없다며, 살기가 더 어려워졌는가 보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동감을 한다. 총각무 김치를 많이 담아 놨었는데 조금 가져가서 무료급식에 쓰시라며 오히려 챙겨주시는 원장님을 뵈며 나도 모를 감동을 만난다. 설거지도 끝났다. 부지런히 서둘러도 오후 6시안에는 집에 도착할 수 없다. 거리가 조금만 가까웠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것은 내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안다. 다음달에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서둘러 차에 오른다. 차에서 잠시 기도를 드린다. 더 많은 분들이 나눔의 동산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하며...
춘천 나눔의 동산(033-243-2074)
2002.2.7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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