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사랑의 집] 기도하는 상현이

자오나눔 2007. 1. 17. 12:42
사랑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만나게 된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우인 상현. 그의 나이도 서른살에 가깝다. 뒤틀린 몸뚱이 앉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지만 그가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상현이가 먹을 식사는 따로 준비를 한다. 누워서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누워서 꿀꺽 삼키는 수준인 그의 식사 모습. 포크로 찍어서 겨우 입에 넣을 수 있는 그를 위해서는 김밥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주방 조리대 아래에 보면 상현이 김밥을 만들 마른김이 작게 잘라져 있다. 봉사자들이 제대로 챙겨주지 못할 때면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경증 장애우가 김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제대로 씹지도 못하는 그를 위해 공평하신 하나님은 든든한 소화 기관을 주셨나 보다. 음식먹고 탈 난적이 없다는 걸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상현이는 거의 누워서 지낸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집에 방문할 때마다 잠시 기도를 드린 후 벌러덩 눕는다. 그리고 상현이와 같은 눈높이가 되어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잘 지냈어?" "네... 기도하고 있어요." 그는 언제나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루 2시간 이상은 꼭 기도를 한다는 상현이는 나를 참 좋아한다. 내가 가면 말도 듣지 않는 손을 움직여 내 조막손을 잡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려는 준비를 하면 마치 구르듯이 내게 다가와 뒤틀린 몸으로 악수를 청다. 잘가시고 다음달에 꼭 오시라는 무언의 부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즐거운 찬양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우리들은 주방에서 점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연락이 오자, 식탁을 펴고 맛난 점심을 먹었다. 주방에서 설거지 하는 동안 다시 장애우들과 한몸이 되어 뒹구른다. 안마해주는 친구들, 괴성을 지르며 나를 두드리는 친구, 친구가 꼬집었다고 고자질하는 친구들... 각야 각색의 모습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하모니카를 또 불러달라는 그들과 하모니카로 찬양을 하고 있는데, 상현이가 메모지와 연필을 가지고 내게로 온다. 자꾸 메모지를 내밀어 준다. 메모 노트를 보니 여러사람들이 상현이게게 하고싶은 말을 써 놓고 기도제목을 써 놓았었다.

   그랬다. 상현이는 하루에 두시간 이상을 기도한다. 기도할 때 내 기도를 함께 하겠노라며 나의 기도제목을 적어 달라는 표시였다. 가슴이 찡하게 저려온다. 몸이 저렇게 불편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상현이. 나는 무엇을 감사하며 살고 있든가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