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산수유도 피었겠다...

자오나눔 2007. 1. 17. 12:43
   어느날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장애인 재소자로부터 편지가 왔었다. 가금씩 방문했던 가수 장춘화님과 미룡님을 꼭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두사람에게 미리 편지 내용을 전해 놓고 함께 갈 수 있기를 바랬다. 이번에는 목사님들이 교회 일정 때문에 바쁘셔서 내가 예배를 인도해야 했다. 어떤 내용을 할 것인가로 고민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그들에게 전해줄 메시지가 정리되고 있었다. 며칠전에 지리산 노고단을 목발 짚고 올라 갔었는데, 힘들고 어려운 과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올랐던 감격과, 두팔이 없이도 귀한 삶을 살고 있는 어느 여성 장애우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전해주고 싶었다.

  아내가 준비한 푸짐한 먹을거리가 우리들의 마음을 열게하는 귀한 촉매제가 된다. 일부러 점심도 먹지 않고 나왔다는 어느 재소자의 고백에서 세상에서 반입된 음식을 먹어보려는 자유의 갈증을 느낀다. 한달 내내 우리를 기다렸다는 고백에 기분이 좋아지면서도, 또 다른 책임감을 갖게 된다. 힘 닫는데까지 교도소 사역을 하리라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해 본다. 정해진 프로그램은 언제나 시간을 부족하게 만든다. 그만큼 유익한 시간이라는 뜻도 되겠지만 주어진 2시간이 너무 짧다는 뜻도 되리라. 그래도 일반인들이 면회를 가더라도 5분 정도로 끝나는데 우리들은 2시간 정도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98년에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눈빛은 살기가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눈빛은 부드럽게 변했다. 쌍욕을하던 그들의 입술에서 찬양이 흘러 나오고 있다. 변하는 그들을 보면서 교도소에서도 좋아하지만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를 생각하니 저절로 감사가 나온다. 한달내내 연습했다며 찬양을 부르려는 그들을 볼 때 나도 모르게 나의 신앙을 점검해 보기도 한다. 준비해간 아름다운 사연도 낭송해 준다. 방문자들 각 개인들에게도 무언가 동참하는 기회를 준다. 재소자들이 재범을 하지 않도록 무언가 해 냈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그들에게 될 수 있으면 긍정적인 말을 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포기하려는 사람에게는 독한 말을 서슴치 않는 나에게 무섭다는 말도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어느새 섬김을 받는데 익숙해져 있는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세상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며 다시는 푸른 죄수복을 입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그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지금쯤 고향에는 산수유가 피었고, 매화도 피었겠다는 어느 재소자의 넋두리에서 고향이 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봄이다. 다음달에는 진달래 한아름 꺽어다 안겨 주고 싶다.

  "다음달에는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어느 재소자의 말을 가슴으로 받으며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출발하고 있었다. 함께 해 주신 큰샘물, 제이비, 미룡, 장춘화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