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춘천] 그래도 우리들은 행복합니다.

자오나눔 2007. 1. 17. 12:45
   그래도 우리들은 행복합니다.

   4월도 중순으로 들어서는데 강원도 지방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았다. 따뜻한 앞마당에서 생고기를 구어서 함께 점심을 나누려고 했는데, 오히려 장애우들이 감기에 걸릴까 염려되어 주저하다가, 밖에서 식사 할 수 있는 사람은 밖에서, 면역성이 부족한 어르신들은 방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제 저녁부터 아내는 분주했다. 그들에게 맛있게 고기를 먹게 하려면 생고기를 파인애플 즙에 하룻밤쯤 숙성시켜야 한다. 파인애플 즙에 재워 놓으면 돼지고기 냄새도 나지 않고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

   아침 6시에 모닝콜을 해 놓았더니 어김없이 우리를 깨우고 있다. 아이를 깨워 씻기고 아침을 차려 주며 아빠 엄마의 하루 일정을 말해 준다. 그러면서 컴퓨터 게임은 조금만 하고 숙제해 놓고 위인전을 읽으라고 하는 것 같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려면 머리를 감으라고 했던가? 아무튼 머리를 감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사무실에 들려 지금까지 모아 두었던 옷과 후원을 받아 놓았던 무공해 빨래 비누까지, 주방에서 오랫동안 사용해도 될 간장, 식초, 물엿을 큰 통으로 한 개씩 싣는다. 생고기 파티를 해 줄 석쇠와 불 탄까지 구색을 맞춰 실었다. 4살짜리 딸을 안고 작은 밀알님이 차에 오른다. 친구에게 준비하라고 해 놓고 친구를 태우러 간다. 양손에 가득 옷 보따리를 들었다. 나를 포함한 4명이 차에 타고 부지런히 춘천에 있는 나눔의 동산을 향해 달린다. 의암호를 끼고 달리는 코스는 어느 관광 코스보다 아름답다. 이제야 꽃망울을 터트리는 벚꽃부터, 배꽃, 복숭아 꽃, 개나리 진달래가 세상을 덮고 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들의 감탄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여 차에서 짐을 내린다. 쌀부터 여러 가지가 차에서 나온다. 많이 싣고 왔구나... 아내가 많이 준비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친구는 겉절이를 만들 배추를 다듬고 있고, 주방에서는 아내와 작은 밀알님이 쌀을 씻어 밥솥에 불을 켜 놓고, 반찬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우주님 일행이 제법 오기로 했는데 그쪽도 몇 명이 펑크를 냈는가 보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우주님 일행이 도착했다. 불 판을 앞마당에 놓고 불을 피운다. 생고기를 올리고 굵은 소금을 뿌려 준다. 지글지글 기름이 빠지며 맛있게 익어 가고 있다. 장갑을 끼고 부지런히 고기를 굽고 있는 일행들.

   우주님과 장애인 복지에 대하여 토론을 나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지어 밥도 스스로 먹을 수 없는 중증 장애우들은 어느 시설에나 들어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들. 왜 그들이 시설에 들어가기 힘든가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중증 장애인 한사람에게 누군가 곁에 있어 주어야 하는데 부족한 일손은 그 부분까지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나는 경증 장애인과 중증 장애인을 한 조로 만들어 서로가 정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해 본다. 비록 나이는 먹었더라도 세상에 버림받은 어르신들을 모셔다가 한 조로 만들어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고기를 굽는다. 굵은 소금을 뿌려 줄 때마다 소금이 튀면서 듣기 좋은 소리가 들린다. 맛을 내는 소금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혼자 있을 때는 무척 짜지만 다른 음식에 들어갔을 때는 자기 몸을 녹여 먹기 좋은 맛을 내는 소금 같은 존재.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방에는 식탁이 차려지고 나눔의 동산 가족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았다. 식사 기도를 해 주니 맛있게 잡수신다. 식탁이 푸짐하다. 생고기 파티를 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마음이 설레었다는 말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래도 우리들은 행복합니다." 행복의 조건은 과연 무엇인가.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감사하다고 하는데... 이렇게 나누어 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내게 있는 작은 부분을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법을 배운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우주님 일행은 춘천에 살기에 더 계시다 오시라고 해 놓고 우리는 서둘러 차에 오른다. 도로가 막히면 5시간 이상을 도로에서 허비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올 때는 차에 가득 물건을 싣고 왔지만, 집에 돌아갈 때는 기쁨과 행복을 가득 싣고 오는 우리들을 발견한다. '나눔은 실천'이란다. 그러고 보니 이달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20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