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소록도 가는 길 5

자오나눔 2007. 1. 17. 12:52
    한참을 기다려도 부산에서 오셨다는 분들은 보이지 않는다. 부엌에서는 준비한 음식이 다 식어 간다며 울상이다. 아까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했다면 벌써 끝났을 텐데... 다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누가 나를 찾는다고 한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광주에서 내려오신 임광임님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바로 음식 만드는데 동참을 하게 한다. 주민들께 반찬 도시락을 만들어 나누어 드리기 위함이다. 식사를 하러 오지 못한 분들께는 따로 도시락을 만들어 심방을 가면서 가지고 가기로 한다. 여러 가지 반찬이 도시락에 차곡차곡 담겨진다. 사랑이 담겨지고 있다.
    부산에서 많은 분들이 방문했다. 많은 분들이 소록도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말로만 내 이웃을 돌보는 사람보다 천 배는 훌륭하신 분들이다. 나누지 못한 이유는 시간이 없고, 물질이 없어서 나누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나누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나누려는 마음만 확실하다면 내게 있는 작은 것부터 나눌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부산에서 방문한 분들이 예배를 드리는 동안 여자들은 계속하여 도시락을 만들고 있고, 남자들은 헤자드 목사님을 중심으로 여름 봉사 때 해야 할 작업들의 견적을 내느라 분주하다. 길이를 재고, 폭을 재고, 높이도 재면서 재료는 얼마나 들어 갈 것인가를 놓고 궁리를 하고 있다. 메모지에 적어서 내게 건네 주시는 헤자드 목사님, 언제나 열심이시다. 공사해야 할 부분들을 모두 사진으로 남겨 놓으라고 했다. 잠님과 헤자드 목사님, 조정식 목사님이 54년 생 동갑내기라고 좋아하신다. 어릴 때 개구쟁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간간이 들리는 아멘 소리는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조정식 목사님과 장애인 공동체에 대하여 의견을 나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애인 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목사님이 멋있다. 비록 버거씨 병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끼우고 지내고 있지만 그분에게 장애는 벽이 될 수 없었다.  
    그사이 예배가 끝났다. 어르신들이 배고프겠다. 얼른 상부터 차리도록 한다. 예배당에 차려진 상위에는 먹기 좋고 삶은 닭고기도 찢어 접시에 담아 놓고, 맛있게 보이는 닭죽이 사발에 담겨져 상에 차려진다.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는 봉사자들. 참 감사하다. 사랑이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지금 이들은 하고 있다.

    푸짐한 상 앞에 앉았다. 장로님의 식사기도가 끝나자 맛있게 잡수신다. 예정에 없던 예배를 드리느라 식사시간을 놓친 덕분에 맛있는 식사시간이 된다. 봉사자들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수저를 들고 있다. 소록도 주민들과 함께 식사한 횟수가 30번이니까 수저가 누구 것인지 모르게 돌아갔을 것이다. 사랑이 없다면 한센병자들이 먹었던 수저로 식사를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소록도 방문을 계기로 신앙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해 있을 자오 가족들을 생각한다. 비록 교회는 나가지 않지만 그 마음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들어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후 일정이 바쁘다. 어르신들이 식사를 마치자 봉사자들에게도 서둘러 식사를 마치게 한다. 설거지 할 사람 2명만 남고 모두 심방조에 참석하라고 한다. 각자 할 일이 많아 느리다. 우선적으로 모이는 분들을 한 조씩 묶어서 심방을 가게 한다. 손에는 맛있는 반찬이 담겨있는 도시락을 들었다. 5개조로 편성이 되었다. 마음속에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무엇인가 느낌이 올 것이니까 그 상황에 따라 행동을 하라고 한다. 순서지에 적힌 대로 심방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잠시 혼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어쩌랴 시간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은데....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