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6 - 저녁이 즐겁다

자오나눔 2007. 1. 17. 13:02
아직 해수욕장에서 돌아오지 않은 자오가족들을 위해 주방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주방조들. 누군가가 받으려면 누군가는 주기위한 준비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들은 잊고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자오 가족들이 돌아와 분주합니다. 아직 저녁식사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일부는 운동장에 가서 축구를 하기도 하고 일부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마을에 내려가 주민들과의 시간을 갖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할만큼 성숙되어 있는 자오 가족들을 만납니다. 일부 회원은 블럭을 놓고 불판을 준비합니다. 저녁 식사는 생고기를 궈 먹기로 했습니다. 불을 피우는데 서툴러 매운 연기가 자욱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표정들입니다. 시멘트 포장이 잘 된 마당에서 생고기 파티를 하니 우리들이 과연 이 많은 일을 했다는 말인가! 하는 감탄과 함께 자부심이 생깁니다. 불판이 4군데 펴졌습니다. 푸짐한 식탁과 함께 행복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녁을 마치고 잠시 개인 시간이 주어집니다. 마음대로 쉬어도 되련만 그 시간을 이용해 마을로 내려가는 몇몇 젊은이들을 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긍휼한 마음을 주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정을 나눌 줄 아는 소중한 것을 만나는 순간입니다. 다시 저녁 은혜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예배당으로 모이라는 통보를 하자 여기 저기에서 자오 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적당한 더위와 적당한 모기떼와 적당한 바람이 어우러지는 저녁시간입니다. 어제 밤과는 약간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을 하고 계시는 윤건주 목사님, 서진영 자매의 몸찬양이 갈채를 받기도 합니다. 기도와 찬양과 친교가 멋드러지게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모두 은혜 가운데 있을 때 결단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내가 앞에 나가 앉아서 결단의 내용들을 준비해간 서류에 작성을 하게 합니다. 결단의 내용을 쓰는 동안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하면서 소록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려 줍니다. 모두 잔잔한 감동을 받는 듯합니다. 한참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윤건주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던 큰샘물님이 내 곁에 오더니 10시까지 끝내라는 귓속말을 해 줍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오늘 행사를 10시까지 마치라는 뜻으로 알고 목사님께 마무리 기도를 부탁했는데, 알고 보니 내 시간을 10시까지 마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윤건주 목사님이 준비하신 포크댄스는 해 보지도 못하고 하루 행사를 마치게 됩니다. 작년에도 윤목사님의 시간을 망쳤는데 올해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간식을 나눈 후 각 그룹별로 미팅을 하도록 했습니다. 성산교회 팀들이 벤취에 나가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며 아름다운 시간을 나누고 있습니다. 일부는 방으로 들어가 기도를 합니다. 모두가 사랑입니다.

밤이 깊어 갑니다. 참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소록도에서의 지나온 시간들을 정리해 봅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아쉬움이 더 많습니다. 조금 더 잘해 줄 수 있었는데... 내년에는 더 잘하리라는 다짐을 해 봅니다. 벤취에 나가 앉아 있는데 목양교회 청년들이 옵니다. 그들과 잠시 토론의 시간도 갖습니다. 많은 흔적을 남기고 가라고 부탁도 해 봅니다. 사람은 자신의 흔적이 있는 곳에 더 마음을 두기 마련이니 이곳 소록도 뿐만 아니라, 섬기는 교회에서도 많은 흔적을 남기라고 부탁을 해 봅니다. 지칠줄 모르는 젊음이 좋습니다. 그들에게서 아름다운 미래를 만납니다. 다시 성전으로 들어와 엎드립니다. '주님, 이시간 저들의 마음에 오직 주님의 사랑만 가득하게 하옵소서. 이번 소록도 봉사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시고, 일상에서도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하소서...' 기도하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어느새 새벽기도를 하러 오시는 어르신들의 기척이 들립니다. 이렇게, 이렇게 소록도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