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옥천] 사랑이 별게겠는가....

자오나눔 2007. 1. 17. 13:03
   우여곡절 끝에 갈비파티를 하게 됐다. 20여명의 중증 장애인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옥천 사랑의 집. 봉사간다는 생각보다 열심히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어 재래시장에 들려서 맛있는 찬거리를 사다가 온 가족과 함께 푸짐한 저녁을 먹으려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모든 준비를 한다는 아내의 마음을 가상히 여긴다. 매월 한번 찾아가는 충북 옥천 적하리에 있는 사랑의 집을 이번에도 찾아 간다. 원래는 냉면을 해 주기로 했는데 고기를 먹어 본지 오래 됐다는 말에 강가에 나가서 고기를 궈 먹는 쪽으로 바뀐다. 아내는 고기를 사다가 밤새 맛있는 양념을 만들어 갈비를 재운다. 미국에서 시작된 갈비인지 LA갈비라고 한다. 별 이상한 이름도 있다 생각하며 봉사갈 준비를 하는 아내를 격려 해 준다. 비로 인해 한상자에 4천원하던 상추가 5만원 한다며 고기값보다 야채가 더 비싸다는 넋두리도 해 본다. 비가 왔더라도 농작물에 피해가 없었더라면 더 많은 농부들이 수익을 올렸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함께 가져 본다.

   이상하게 봉사 갈 때마다 비가 내린다며 이제는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누며 우리 일행은 아침 8시에 봉사를 떠난다. 진주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시는 이백진 목사님과 우리 일행도 옥천 톨게이트에서 만나 사랑의 집으로 이동을 한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파란지붕은 머리서 보면 한폭의 그림 같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장애인들... 한쪽 다리가 허전하신 목사님은 목발을 짚고 나오셔서 특유의 걸죽한 목소리로 우리를 반기신다. 반갑다며 다가와 포옹을 하는 어떤 장애인부터 모두 낯이 익은 사이라 반갑게 악수부터 나눈다. 차에서 짐을 내려 부엌으로 들어 갈 것은 부엌으로, 마당에 있는 수돗가로 갈 것은 수돗가로 구분을 하여 옮긴다. 마당에는 대나무로 엮어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망을 쒸워서 그늘이 생기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상을 차리고 고기를 굽는다. 고기를 앉아서 굽는 것보다 서서 굽는게 편하다며 용달 트럭 짐칸의 문을 열고 버너들을 모두 올려 놓고 고기를 굽고 있는 목사님들과 경남님, 부엌에서는 여성분들이 부자런한 손길을 놀리고 있다.

   좁은 실내지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장애인은 몇명 되지 않아 모두 실내에서 식사를 한다. 차별을 두지 않으려는 사랑의 집 사모님의 배려다. 금방 옷을 갈아 입혀 놓아도 다시 옷에다 실례를 해 버리는 친구들이 많아 실내에는 환기를 자주 시켜줘야 한다. 그래서인지 실내에는 항상 야릇한 냄새가 배어있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웃음이 있고 사랑이 있다. 이제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장애인 시설로 개조를 해야 하는데 모든게 쉽지 않는가 보다. 어느새 실내에도 상이 차려지고 잘 구워 익힌 고기가 상에 오른다. 이백진 목사님의 식사 기도로 맛있는 식사가 시작된다. 모처럼 먹는 갈비라 급하게 먹으려는 장애인들에게 고기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으라는 사모님의 당부하는 소리가 마당에까지 들려 온다. 마당에 있던 검둥이들이 이제는 조용하다. 처음에는 시끄럽게 짖어 대더니 "니들 자꾸 짖으면 된장 발라버린다이~"라고 고함친 내 소리를 알아 먹었나? 아무튼 조용하니 분위기가 산다.

   식사가 끝났다. 모처럼 포식을 한 것 같다. 상을 치우며 검둥이들에게 뼈들을 던져 주시는 이백진 목사님, 그 순간에 '주인의 상에서 떨어진 고기는 개가 주어 먹지 않겠느냐'며 에수님께 간절하게 매달렸던 한 여인의 고백이 떠오르며 포기하지 않는 기도의 삶을 생각했다. "목사님들이 설거지하고 막노동하는 곳은 우리 자오나눔선교회 밖에 없을 것"이라며 너털 웃음을 웃고 있는 조목사님, 아마 다른 목사님들이 수고하시는 모습이 좋았는가 보다. 우리 자오에는 12분의 목사님들이 계신다. 일부는 아직 얼굴도 뵙지 못한 분도 있지만 거의다 직접 행동하는 분들이시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먼저 솔선수범하시는 자문위원 목사님들이 계시기에 비록 장애인의 몸이지만 내가 이렇게 선교회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와 자오 가족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새로운 건물을 건축하기위해 많은 기금이 필요한데 그 건축기금의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흑염소를 키우고 있는 사랑의 집. 염소 우리에 올라가는 길이 험해서 장애인들이 가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면 다음에는 염소우리 길을 고쳤으면 좋겠다는 목사님,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멋있다.

   식사 봉사가 끝나고 뒷곁에 있는 염소 우리를 구경했다. 대나무 밭 안에 있는 염소우리에는 20마리가 넘는 흑염소가 있었다. 먹이는 대나무를 잘라 그 잎을 준다고 했다. 해마다 새롭게 돋아나는 대나무들로 인해 먹이 걱정은 덜하는가 보다. 천연의 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꿈을 가지고 계시는 사랑의 집.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꿈은 자기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기억하며 살아 가시기를 기도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작은 부분이라도 나누며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멋은 행동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차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담소를 나눈 후 사랑의 집 이곳 저곳을 돌아 본 후 다시 차에 오른다. 서둘러 올라가야 하는 분주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떠날 때까지 대문 밖에 서서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랑의 집 가족들의 모습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사랑이 별게 겠는가...

2002.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