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쉼터] 어린이 날을 보람있게...

자오나눔 2007. 1. 17. 13:41
     언제부터 어린이 날이 이렇게 거창하게 변했는지 생각해 보건데, '둘만 낳아 잘기르자'라는 표어가 우리들 피부로 다가오다가,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라는 표어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많이 낳은 부부는 이상한 사람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밖에 없는 아이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이렇게 거창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문화의 발달도 한 몫을 했을 것이고, 공휴일로 정해진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아이들이 상전이 되어가는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아이들에게 물질 만능주의 보다는 동심을 찾아 주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보는 하루다.

     어린이 날이라고 쉼터에 두 가정이 놀러왔다. 말은 놀러 왔다는 것이지만 봉사하러 온 것이다. 새벽밥 먹고 오신 작은밀알님네 가족, 일하기 좋은 시간에 화단을 가꾸느라 분주하다. 10시까지 일을 하다가 가까운 제부도를 향해 출발한다. 자오쉼터에서 20분 거리라 길이 막혀도 갈만하다. 물이 빠진 바다에 길이 생겼다. 하루에 한 번 또는 두 번씩 바다가 갈라지는 곳이라 사람들도 많이 온다. 바닷길을 달렸다. 제부도에 들어가 두가족이 모두 놀이 기구를 타 본다.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를 즐기는 듯한 사람들... 잠시 즐기고 돌아 오다가 바지락 칼국수를 사 먹었다. 동생네도 오빠집에 놀러오는 중이란다. 속 뜻은 몸이 불편한 오빠를 돕겠다며 남편을 졸라서 가족이 오고 있는 것이리라.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동생네가 도착했다. 금방 아이들이 5명으로 늘어 난다. 어린이 날인데 녀석들에게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6살부터 14살까지... 녀석들을 불러 놓고 이야기를 했다. 오늘 어린이 날인데 보람있는 일을 한번 해 보려느냐고... 그랬더니 어떤 일이냐고 한다. 옆에 있는 밭에다 채소도 심고 고구마도 심어서 자오쉼터에 사는 장애인들도 반찬만들어 먹고, 봉사 오시는 분들에게도 드릴 수 있도록 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가 물었다. 녀석들은 재밌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수고를 해야 하는데 어른들과 함께 퇴비를 날라다 밭에 뿌려야 한다고 했다. 개구장이 녀석들의 얼굴에는 무언가 사고칠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리어카 1대와 손수레 2대에 삽과 쇠스랑을 싣고 퇴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우리 마을에는 느타리 버섯을 재배하는데 재배 후 남는 뿌리들이 훌륭한 퇴비가 된다. 비닐 봉투에 담겨져 있는 뿌리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두었다. 자연스럽게 발효가 되어 퇴비가 되어 있다. 모두 달려들어 손수레와 리어카에 싣는다. 비닐을 제거하고 싣지만 퇴비의 특유한 냄새는 싫은가 보다. 그래도 버섯이 발효된 냄새라 한약 냄새도 약간 나서 덜하다. 손으로 담고, 삽으로 담고, 어느새 장갑은 퇴비로 범벅되고... 어른들은 리어카와 손수레를 끌고 퇴비를 나르고, 아이들과 여동생은 퇴비를 담아 주고... 어느새 퇴비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2시간 정도 열심히 하던 아이들도 지쳤다. 어른들은 조금이라도 더 해 놓고 가려고 부지런히 서두르고... 아이들이 리어카를 끌겠다며 운전을 한다. 뒤에서 어른들이 잡아주고... 그러면서 퇴비를 계속 나른다. 화단에도 퇴비을 뿌리고, 주말 농장할 밭에도 퇴비를 옮겨 놓는다. 누군가의 수고가 있기에 또 누군가는 혜택을 받는 것 아니겠는가. 옷이며 신발이며 이미 퇴비의 진국에 망쳐져 있는 아이들. 그래도 녀석들의 얼굴은 밝다. 여자들은 식사 준비를 한다. 비빔밥에 돼지고기가 구워지고~ 강아지 11마리는 고기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어둑해진 날씨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내려온다. 식탁에는 푸짐한 저녁이 차려져 있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목욕을 하게하니 신났다. 그래도 풍족한 지하수가 있어서 감사하다. 목욕을 끝낸 녀석들에게 수고했다며, 너희들이 오늘 수고했기에 불쌍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거라며, 오늘 어린이 날에 너희들은 큰 일을 했노라고 칭찬을 해 주니 싱글벙글이다. 아이들에게 나누는 법을 가르쳐 주려는데 아직은 서툴기만 하다. 그래도 좋은 날에 좋은 일을 한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 준다. 우리들의 가슴은 모두가 뜨겁다.

     2003.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