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그 해 여름은...4

      하루의 일정이 육신을 지치게 했는가 보다. 예배당 마루바닥에 자리를 펴고 누운 봉사자들 중에는 벌써부터 코를 골며 자는 사람도 있다. 밖에서는 누군가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소록도의 시간이 그들에게는 참 소중하리라. 그 소중함을 알기에 이 시간이 그들에게는 참 소중하리라.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가기를 기도한다. 새벽 1시. 평소 같으면 새벽 기도를 하러 올라오셨을 소록도 성도님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나 우리들이 예배당에서 잠을 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 늦게 오시는가 보다. 새벽 1시 30분쯤 되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할머님들이다. 통로를 막고 누워있는 봉사자들 덕분에 앞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문 곁에 쪼그려 앉아서 기도를 하신다. 미안함에 통로를 만들어 드리려고 했더니 그냥 두라고 하신다. 배려다. 가슴으로 나오는 사랑이다.
      새벽 2시 30분이 되니 많은 성도님들이 기도를 하러 올라 오셨다. 잠시 기다렸다가 3시가 되니 자고 있는 봉사자들을 깨웠다. 생전 처음으로 겪어보는 순간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자오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3시 30분이 되자 명철 형제에게 찬송을 인도하게 한다. 새벽에 소록도 동성교회 예배당에서 흘러나오는 낭랑한 찬송 소리를 듣고 모두 은혜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찬송가 책도 보지 않고 찬송을 4절까지 다 따라하시는 분들은 거의가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이다. 시력이 안 좋으면 기억력이 좋아지나 보다. 원로 장로님도 시각장애인이지만 성경을 모두 암송하고 찬송을 다 암송하신다. 새벽예배가 시작된다. 특송은 참가한 목사님들과 내가 함께 한다. 성도들을 앞에 두고 목사님들이 특송 하는 것도 은혜였다. 언제 그렇게 귀한 시간을 가져 보겠는가. 제주 성산 교회 김명식 목사님의 귀한 말씀이 소록도 성전에서 울려 퍼진다. 하나님이 우리들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있는가를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새벽예배였다.
      새벽예배가 끝나자 모두 잠자리에 들고 있다. 수면부족을 보충하려는 모습이다. 박동훈 형제에게 시간이 되면 깨워서 아침 운동을 시키도록 해 놓고 사무실로 들어가 잠시 자리를 잡는데, 정승훈 목사님이 주보에 올릴 말씀을 준비하시려고 들어오신다. 목사님 저는 잡니다~ 해 놓고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목사님도 곁에서 주무시고 계시다. 피곤에 지쳐서 결국 일을 못하고 주무셨다는 말을 듣고 미안함에...

      운동이 끝나고 바로 아침 식사를 한다. 어제 점심때는 돈가스를 대접해 드렸는데 오늘 점심때는 냉 콩국수와 냉면 등을 대접해 드린다고 준비하고 있는 주방조를 보고 누군가의 섬김이 있기에 누군가가 대접을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해 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봉사를 시작한다. 열심히 봉사를 한 다음에 점심 식사 봉사까지 마치고 해수욕을 가자고 하니 모두들 열심이다. 일부에선 열심히 봉사를 하고있고 학생들을 위주로 오전 식사 전에 인형극 공연을 했다. 식사를 하시기 위해 미리 예배당으로 올라오신 어르신들과 함께 인형극을 관람한다. 양주군 회천읍 덕계리에 있는 명성중앙교회 김성환 목사님이 '짱구의 믿음'이라는 제목으로 인형극을 해 주신다. 인형극으로도 성령 충만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이들이 신났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