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터닝 포인트

자오나눔 2007. 1. 17. 13:53
터닝 포인트

“추워서 추석이고 서러워 설이랍니다.”라며 말을 꺼냈다. “진짜로 추워서 추석이겠습니까? 마음이 외롭다는 것이겠지요.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추석이라 마음이 춥다는 뜻이겠지요. 진자로 서러워 설이겠습니까? 마음이 서럽다는 말이겠지요.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겠지요. 어쩌면 이 자리에 나와 계시는 여러분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들보다 더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 더 서러운 사람들은 세상에 참 많이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교도소를 방문하여 장애인 재소자들과 시간을 보내며 나누는 이야기들이다. 재소자들에게도 변함없이 추석은 찾아 올 것이고, 그들의 마음에도 보름달은 떠오르고 있을 것인데, 죄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그들에게 송편이라도 넉넉하게 먹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며, 열심히 음식 준비를 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작은 예수를 발견한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교도소를 방문하게 된다. 원래 일정은 다음주였는데 그때는 명절이라 교도소 방문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교도소 측과 상의를 하여 한 주간을 앞당기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윤건주 목사님과 엄춘자, 박정희 집사님이 동참하기로 하여 우리 부부까지 합하니 5명의 군사가 된다. 교도소 정문 주차장에서 만나기로하고 각자 출발을 한다. 엄청 내리는 비는 누구의 눈물일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교도소로 들어간다. 이번 교화행사 때는 평소보다 더 많은 장애인 재소자들이 참석하기로 했단다. 예배당에 자리를 따로 만들어 놓았다. 교도소 밴드도 준비되어 있다. 관현악은 빼고 키보드만 연주를 하기로 했다. 준비한 프린트 물을 나눠주며 찬양을 함께 배우는 우리들. 반주에 맞춰 열심히 따라 부르는 모두들. 어느 장애인 재소자가 종교집회냐고 묻더니 그대로 나가버린다. 교도소에도 인권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재소자들만 나오게 했는데 친구 따라 나왔다가 찬양을 부르기에 돌아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목사님은 찬양과 함께 자연스럽게 말씀을 전해 주신다. 20분 정도의 예배를 마치고 바로 친교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정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언제나 부족하다. 준비해 간 음식은 20분 후에 나눠주게 한 후 그들과의 교제를 시작한다. 출소를 앞둔 어느 재소자의 고백부터, 그들이 준비했다는 찬양 등을 들으며 함께 은혜를 나눈다. ‘아세살’ 아세살 염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드렸다. “‘아세살’이란, ‘나를 대신하여 죽을 놈’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죄를 모두 가지고 죽음의 길로 가야만 했던 구약시대의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나는 죄가 없는데 억울하게 잡혀와서 몇 년 동안 살고 있다. 고참의 죄를 대신 감당하고 감옥에 갇혀 있는데 너무 억울하다. 여러 가지 사연들을 가지고 교도소에서 생활하며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사람들이 이중에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출소하면 반드시 복수하리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면 이것도 생각해 봅니다. 내 자신이 행동하는 것들에 잘잘못을 따져서 벌을 수시로 받는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용서의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용서가 우리들이 이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하신 것입니다. 나도 용서 받았는데 이젠 용서해 줍시다. 그래서 다시는 푸른 죄수복을 입지 않도록 합시다.”라는 이야기를 해 준다.

준비해간 다과가 펼쳐진다. 넉넉하게 준비를 해 갔지만 방문자들은 먹지 않고 있다.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더 먹이고 싶은 사랑이다. 남은 것은 비닐 봉투에 담아서 방에 가지고 가서 동료들과 나눠 먹으라고 배려를 하는 여자 회원들. 섬기는 모습들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점점 더 늘어가는 재소자들을 보면서 세상이 참 어려운가 보다는 어느 재소자의 질문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출소를 앞둔 재소자를 위해 통성으로 기도를 해 주고, 새로 방문한 회원들 소개도 하고, 면담을 원하는 재소자와 짧은 면담도 하고, 새로 교도소에 들어온 재소자의 각오도 들어 본다. 교도소에서 절망하지 않고 남은 삶에 소중한 전환점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고백이 감사하다. 창밖을 보니 내리던 비도 그쳤다. 하늘 저편에서부터 빛줄기가 교도소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빛으로 오신~ 예수여.

200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