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백합] 당신의 그 섬김이

자오나눔 2007. 1. 17. 13:54
프린트기만 있으면 자료를 인쇄하여 수시로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줄 수 있어서 좋겠다며 프린트기가 생기기를 바랬는데, 어느 분이 프린터기를 가져다 주셨단다. 컴퓨터와 연결하여 작동을 시켜보니 인쇄가 안 된다. 드라이버를 설치해도 안 된다. 집으로 가져와 고쳐서 사용해 보니 잉크도 떨어져 있다. 잉크 충전소에 가서 잉크도 사서 갈아주니 작동이 된다. 이젠 양로원에 가지고 가서 설치만 해 주면 된다. 아내와 함께 양로원에 들렸다. 마치 마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들렸다. 오늘 따라 양로원이 조용하다. 목사님은 환자를 모시고 병원 가시고, 간사님 부부는 기도원에 가셨단다. 프린터기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에 연결하여 시험 가동까지 해 보니 아주 좋다.

밖으로 나가보니 아내는 배추를 다듬고 있다. 마을 주민이 심어 놓은 배추를 싼값에 샀다. 잘 다듬어서 김치를 담그겠단다. 효도잔치랑 소록도 봉사에 사용하겠다며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다듬어 놓은 배추 속이 먹음직스럽다. 아내에게 배추 국 끓이고 배추 쌈을 해 먹자고 했더니 금방 행동으로 옮긴다. 냉장고에 있는 돼지고기도 꺼내어 볶고, 생배추에 멸치를 넣은 된장국을 끓이고, 비듬나물도 무치고, 양념장 맛있게 만들어 배추 속을 싸먹게 내어놓는다. 식사 기도를 하는데 누군가 훌쩍거린다. 일흔이 넘으신 할머님이시다. 몸이 병들어 있는 노인네만 남아 있는데 누가 밥을 차려주나..하며 걱정을 했더란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와 맛있는 점심을 해 주니 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이 나는 것이란다. 그 말을 들으며 이분들이 얼마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가를 생각했다. 하나님이 인도하셨네요.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따르지 않음에 안타까워하시는 분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음대로 활보하셨는데 이제는 화장실 가기도 힘든 삶. 자식들도 외면을 해 버린 삶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것이 감사하다는 어르신들. 식사를 맛있게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어느새 가족처럼 가까워진 우리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정다운 이웃 한사람 정도는 만들어 놓을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나의 노년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해 보는 순간, 배추를 다듬으러 나가자는 할머님, 함께 밖으로 나가서 배추를 다듬는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리라. 집으로 돌아오려고 차에 시동을 켜는데 목사님이 돌아오셨다. 다시 들어가 식사를 차려 드리고 커피 한잔하자는 아내. 그의 섬김이 참으로 귀하다.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2003. 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