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백합] 하루해가 무척 짧습니다.

자오나눔 2007. 1. 17. 13:54
     한 달이면 몇 번씩 있는 일이지만 오늘 아침은 조금 색다릅니다. 평소 봉사를 가는 날이면 쌀과 부식을 준비해 가서 거기에서 음식을 하는데, 오늘은 쉼터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봉사를 가는 백합 양로원의 부엌이 좁아서 음식을 만들면서 다른 일까지 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침 양로원이 쉼터와 가깝게 있습니다. 그래서 쉼터에서 음식을 만드는 겁니다.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양로원에 가져가 차려 드리면 됩니다. 오늘은 불고기를 해 드린답니다. 맛있는 냄새가 쉼터를 휘감아 돌아가면 열두 마리의 강아지들도 코를 벌름거립니다. 아침밥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픈 것 같습니다. 매콤한 냄새도 나는 걸 보니 무언가 새로운 음식도 만들어지는가 봅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준비가 다 되었다는 큰샘물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양로원을 향해 출발합니다. 차로 20여분 달리면 되는 거리지만 한적한 시골길이라 구경할 것도 많습니다. 고추밭에 고추들이 실하게 잘 달려 있으면 부러워합니다. 올해 고추 농사는 모두 망쳤다고 난리입니다. 고추나무들이 말라가고 있는 밭을 보면 안타까워합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직접 농사를 지어 보니 풀 한 포기에도 사랑이 담겨 있음을 압니다. 어느새 양로원에 도착했습니다. 평상에 누워서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님들이 일어나 앉으시더니 반갑게 손을 흔드십니다. 이제는 가족처럼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반가운 손님인가 봅니다.

     실내로 들어가 잠시 기도를 하고 반가운 악수를 나눕니다. 목사님은 나를 보자 마자 컴퓨터가 안 된다고 하십니다. 확인해 보니 코드가 빠져있습니다. 큰샘물님과 미룡님이 주방에서 음식을 차리는 시간에 몇 가지 설정까지 해 드립니다. 아직 초고속이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라 모뎀으로 인터넷을 접속해야 하는데 모뎀이 작동되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모뎀을 구입해서 설치해 드려야겠습니다. 문서 정리할게 많습니다. 타이핑 해 놓은 것을 보기 좋게 편집을 해 드립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속 작업을 합니다. 낡은 컴퓨터가 안 된다는 소리에 미룡님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더니 컴퓨터 사양이 낮아서 프로그램이 늦게 작동되는 것이었습니다. 타이핑 할 것은 미룡님이 하고 나는 이쪽컴퓨터에서 열심히 편집 작업을 합니다. 쉼터로 돌아갈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일어 설줄 모르는 나에게 낡은 컴퓨터는 가져가서 고치고, 편집 작업도 디스켓에 담아 가서 하자는 의견을 내어놓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짐을 챙깁니다. 쉼터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이 참 붉습니다. 며칠 안에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이제 비는 그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해가 무척 짧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