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사랑은 별 것이 아니야~

자오나눔 2007. 1. 17. 14:06
     평소 잘 안 하던 잔소리를 아내에게 하고 있다. 들은 척도 안하고 차를 달리다가 한마디한다. 매월 떡하고 과일, 과자, 음료, 커피 등만 해 갔는데 이번에는 떡 대신 찹쌀팥떡이랑 던킨 도넛을 해가고 싶단다. 그거야 당신 마음이지만 화성에도 떡집이 있고 제과점이 있는데 왜 굳이 서울 목동으로 떡을 사러 가고, 안양으로 던킨도넛을 사러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 두 곳이 제일 맛있게 만드는 곳이란다. 교도소에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가장 맛있는 것을 대접하고 싶단다. 그 말을 듣던 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내에게서 참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잔소리했던 내 입이 간질거린다.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서 그럴 것이다.

     그렇게 사랑으로 준비한 음식들을 차에 싣고 안양교도소로 달려간다. 윤목사님과 박집사님을 교도소 정문 주차장에서 만나서 함께 교도소로 들어간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추위가 올 것이고 첫눈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젯밤 늦게까지 오늘 교화행사 때 사용할 자료들을 정리했는데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배당에 들어서니 지난달보다 더 많은 장애인 재소자들이 참석을 했다. 어찌된 게 재소자가 줄어야 할텐데 오히려 더 늘어가니 우리가 교화행사를 잘 못하고 있는가 걱정했는데, 다른 교도소에서 안양교도소로 많은 장애인 재소자들이 오고 싶어하고, 또 그렇게 되고 있단다. 그래서 더 늘어 난 것이라는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번 교화 행사부터는 신앙상담 시간을 갖도록 했다. 목사님이 설교가 끝나면 2부 행사에 동참은 하지만 그 시간이 아까웠다. 교도소 측과 상의하여 개별상담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조정했다. 5년 동안 법무부 교정위원으로 교도소에 교화 행사를 하러 다녔지만 한번도 양복을 입지 않았었다. 아침에 갑자기 양복을 입고 가고 싶어서 양복을 입고 갔다. 평소 보던 내 모습과 달라 보였나 보다. 장가 한번 더 가려고 그렇게 멋지게 차려 입었느냐는 농담이 재소자들 사이에서 들려 온다. 웃으며 대답을 했다. 여자들이 왜 화장을 할까요?

     목사님이 설교를 마치고 한쪽에서 개별상담을 하고 있는 동안 2부 행사가 진행된다. 모범수 몇 명과 아내는 준비해간 음식을 차리고, 나는 준비해간 아름다운 사연들도 낭송해 주기도 하며 그들과 마음 열기 시간을 갖는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찬양도 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 잡고 시선 집중을 시키기 위해 박수 한번, 박수 두 번도 시킨다. 가끔은 거친 말도 주저하지 않고 하면서 재소자들과의 시간을 갖는다. 교도소에 들어 온지 4개월 되었다는 예쁘장한 청년... 다리는 절지만 보기에 괜찮아 보였다.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찬양을 부르는데 너도나도 앙코르를 외친다. 가슴으로 부르는 찬양이었다. 미리 문제를 내 주면서 30분 후에 물어 보겠다고 했다. 약속 시간이 되어 질문을 했는데 아까 기타 반주에 찬양을 잘하던 재소자가 대답을 한다. 상으로 영치금이 들어 갈 거라고 했더니 참 좋아한다. 매월 2,700부씩 제작하여 회원들과 장애인, 교도소 군부대에 무료로 발송해 주는 나눔지가 있다. 거기에 재소자들의 간증이 실렸었다. 그 나눔지들을 모았다가 합본으로 만들어 오늘 글이 실린 재소자들에게 선물을 해 주니 감동을 먹었는가 보다. '사랑은 별것이 아니야~, 사랑은 별것이 아니야~, 작은 관심인 게야~' 속으로 태진아 노래에 가사를 바꿔 불러 본다. 박집사님의 고운 목소리로 준비해간 아름다운 사연을 낭송한다. 나는 곁에서 하모니카로 배경음악을 불러주고... 재소자들의 시선 집중이 잘 된다. 역시 여자가 있어야 시선을 잘 모을 수 있다.

     이 달에 출소하는 재소자를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재소자들이 출소하여 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다시 범죄를 하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일이 많다. 한 사람의 재범자를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를 밝게 만든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출소하시면 부디 성공하여 이젠 푸른 죄수복이 아닌 멋진 양복을 입고 재소자들을 방문하여 간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를 해 준다. 장애인 재소자들은 내 앞에서는 엄살을 피우지 않는다. 이유는 내가 그들보다 장애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 비록 망가지고 부서진 육신이지만 그렇게 쓰임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재소자들이 준비한 특송도 들으며 함께 은혜를 나눈다. 개별 상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시는 목사님께 마무리를 하시도록 한다. 모든 순서를 끝내고 일일이 악수를 하는데 지난달보다 그들의 얼굴이 훨씬 밝아졌다. 그들의 얼굴이 밝아 졌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내리던 비도 그치고 함께 분위기를 맞춰준다. 한 사람이라도 더 재범자를 줄일 수 있다면 망가지고 부서진 내 몸까지도 감사할 따름이다.

     2003. 11. 8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