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엘사랑] 고생하러 가자는 데 좋아하는 이유는 뭐람?.

자오나눔 2007. 1. 17. 14:15
다음주에는 설 명절이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도 분주함이 앞서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추워서 추석이고 서러워 설'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나눔의 사역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설 명절이 가까우니 몇 군데 찾아 봐야 할 공동체가 있는데 빈손으로 가기가 민망하여, 이리 저리 생각을 하던 중 파주에 있는 송학식품을 떠올린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회장님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는데, 그때 하시는 말씀이 "다음에 오시면 떡국 몇 박스 가져가세요"라고 했었다. 며칠동안 이웃에 있는 버섯 농장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기에 시간 나는 대로 지원을 갔었다. 백화점으로 납품하는 제품이지만 우리가 부탁하면 몇 박스는 따로 만들어 주신다. 아내에게 다섯 박스를 구입해 놓으라고 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오늘 송학식품을 방문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아침나절엔 쉼터 일을 보고 있는데, 친구 섬색시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 친구도 요즘 봉사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 상태다. 쉼터에서 합류하여 파주로 달려간다. 송학식품에 들려 인사드리고 서류에 서명하고 제품을 받아 온다. 가져간 버섯을 감사의 선물로 나눠 드렸다. 받지 않으려고 하기에 "이건 우리 쉼터 가족들이 이웃 버섯농장 일을 도와 드리고 가져온 것이니까 마음 편하게 잡수시라"고 하니 그때야 받으신다. "돈으로 계산하면 한 박스에 2만원도 안되지만 우리 자오쉼터 가족들의 사랑이 담긴 것이라"고 하니, "저희들이 쉼터 가족들의 사랑을 받습니다"하며 인사를 하신다. 차에 물건을 가득 실었다. 오는 길에 부천 목양교회에 들려 목사님께 인사를 드렸다. 부천에서 화성으로 이사를 했고 교회도 새로 정해서 다니고 있지만 정이란 게 이래서 좋은 것 아니겠는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에 일어나 돌아오려는데 쌀을 챙겨 주신다. 우리 쉼터 장애인들이랑 먹으라는 쌀이다. 차에 쌀 두 자루가 실리는데 이 쌀의 임자는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가 수시로 마음 아파하며 말을 하던 안산 대부동에 있는 엘사랑의 집으로 차를 달린다. 덩달아 좋아하는 친구 섬색시. 아내는 나에게 "이 쌀은 엘사랑의 집에 드려야겠어... 우린 아직 먹을 쌀이 있거든?" 한다. 마음이 정해졌으니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앞자리에 보니 소고기 한 덩이가 보인다. 뭐냐고 물으니 "당신이 목사님 찾아뵙는 동안 푸줏간에 들려 양지머리와 삼겹살을 샀어..." 역시 나보다는 아내가 더 낫다. 해 질 무렵 소래포구를 지나 대부대교를 달린다. 물이 빠진 바다에 느껴지는 생명의 원천들. 부자마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곳은 아닌가 보다. 한참을 올라가니 허름한 집이 보이고, 그 곁에 비닐로 만든 집이 보인다. 마당에서 나무를 태우고 있던 초라한 중년이 우리를 맞이한다. 정신지체로 보인다. 부엌에서 어느 할머님이 나오시더니 친구를 알아본다. 원장님은 출타중이고 방에는 엘사랑의 집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방문자들을 아무 표정 없이 바라보는 사람들. 많이 지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때 어느 회사 직원들이 방문을 했다. 그분들에게 차에서 짐을 내려 달라고 부탁을 하는 아내. 남편이 입만 살아 있으니 터득한 방법인가? 차에서 떡꾹 떡, 쌀, 고기, 떡볶이 떡 등을 수북하게 내려놓는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 화장실을 찾았다. 허름한 헛간처럼 보이는 곳이란다. 양변기가 없으면 볼일을 보지 못하는 부실한 사람이라 걱정을 했는데 양변기가 있단다. 가서 보니 햐~ 구덩이 주위에 나무 기둥을 몇 개 박아 놓고 그 위에 양변기 뚜껑을 얹어 놨다. 대단한 지혜다. 앞에는 화장실 공사를 하고 있었다. 정화조를 묻어 놨고 배관이 되어 있다. 이제 미장만 하고 변기만 얹으면 될 것 같다. 엘사랑의 집도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든 시원한 배설은 행복을 동참시킨다.

외출하였던 원장님이 돌아 오셨다. 방으로 안내되어 간단한 기도를 한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4년전에 설립한 엘사랑의 집에는 어른 12명, 아이 6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한시적 시설로 허가를 받아 생활을 하고 있단다. 지금은 힘이 들지만 내년에는 재건축을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처음 만난 엘사랑의 집은 내 고향 초라한 초가집과 비슷했는데 이제 내년엔 달라질 거라는 희망이 있는 집이었다. 봉사자가 오지 않아 기도를 하고 있단다. 홍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팀이 한 달에 한번씩 오더라도 30팀만 오시면 매일 봉사자가 오는 것이니까 기도하며 봉사 팀들을 모집해 보자고 하니 기뻐하시는 원장님. 올해 환갑이신 여자 원장님의 허리가 굽어있다. 당신이 지고 왔던 십자가만큼이나...

쉼터 식구들 챙겨야 하니 우리도 일어서야 한다. 더 있다가라는 원장님의 손을 마주 잡는 것으로 대신한다. 돌아오는 차에서 아내와 친구에게 말을 건넨다. "이제 우리 세명이라도 정기적으로 봉사를 오자고..." 아내와 친구의 표정이 밝다. 사람들이 고생하러 오자고 하는데 더 기분 좋아하는 이유는 뭐람? "내일은 백합 양로원 봉사 갈 거야!" "옛썰!!!" 이렇게 행복도 전염되어 가고 있었다.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2004. 1. 14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