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로 푸른 죄수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우리들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도 있겠지만, 본인과의 약속도 있으리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범죄의 소굴로 빠져 들어가 결국은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리라. 우리들은 그들에게 다음 교화행사 때는 영치금 40만원을 걸고 성경퀴즈 대회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도로 준비를 해왔었다. 98년부터 매월 방문하는 안양교도소이지만 함께 방문하는 분들은 몇 분을 빼곤 항상 새로운 분들이 동참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교도소 사역이 부담된다는 의미도 있으리라. 우리 자오와 그리스도의 끈으로 이어진 재소자들은 8-90명의 장애인들이다.
장애인 재소자들. 장애인이 무슨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갔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그들의 60%는 주먹께나 쓰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손가락이 잘려있는 사람도 있고, 눈을 실명한 사람, 다리가 부러져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고, 오랜 감옥 생활을 하면서 몸이 망가져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먹고 살아가기 위해 노점상이나 행상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멸시 천대를 견디다 못해 성질 부렸다가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고, 단순 절도 등으로도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고 대답을 해 주지만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다.
약속 날짜가 임박했다. 함께 봉사갈 분들이 부족하여 내가 운영진으로 있는 다음카페 ‘창골산 봉서방’에 단체 메일을 보내어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체장애1급인 내가 자오나눔선교회를 9년 동안 이끌어 오면서 많은 동역자들을 만났지만, 그중에 창골산 봉서방은 귀한 동역자이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10명의 봉사자가 정해졌다. 영치금을 준비하고 다과를 나눌 떡과 과일 음료 커피를 준비하는 아내. 성경퀴즈 대회를 위해 새벽예배 전까지 문제를 출제하셨다는 열린 마음 목사님. 새벽에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교화 행사에 참석은 했지만 종교가 달라 어색하다는 친구 섬색시님. 성남에서 지혜님을 태우고 안양까지 오신 미룡 간사. 피노키오님, 김선주님, 옹달샘님, 반달님. 모두 일당백의 용사들이다.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화성시 마도면 송정리 211-1번지 자오 쉼터는 장애인 공동체이다. 거기에 선교회 사무실이 있다. 산속에 있기에 눈이 조금만 내리면 녹지 않아 고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눈이 더 쌓이기 전에 아내와 함께 시내로 나온다. 시내로 일찍 나오니 시간이 넉넉하다. 덕분에 밀렸던 일도 할 수 있다. 요즘 ‘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던데 아침형 인간의 장점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다. 안양교도소 정문에서 일행을 만나 15척 담이 기다리는 교도소를 향해 간다. 날씨가 춥다. 검문을 끝내고 교도소 안으로 들어서니 상당히 춥다. 함께 간 회원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수많은 철창문을 지나 예배당으로 들어선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쉬워 찬양을 하자며 피노키오님께 찬양인도를 부탁드린다. 찬양을 부르는 동안 80여명의 장애인 재소자들이 모이고, 그 사이 목사님과 담당 교도관과 함께 성경퀴즈 대회 진행 방법에 대하여 절충을 한다. 리더인 내가 모두에게 참가자들을 소개한 후, 오늘의 순서를 알려 준다. 바로 간단한 예배를 드리고 성경퀴즈 대회를 시작한다. 불신자들에게도 영치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해 그들에게 따로 난센스 퀴즈까지 준비하신 열린 마음 목사님, 재치 있는 진행에 폭소가 터지며 재소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 사이 여성분들은 준비해간 음식을 일회용 접시에 골고루 담고 있다. 뜨거운 물이 준비되고 커피도 준비된다. 푸짐하게 차려진 다과접시들이 재소자들에게 배달이 된다. 성경퀴즈를 잠시 중단하고 따뜻할 때 먹을 수 있도록 한다. 그 사이 재소자들과 방문자들이 준비한 찬양이 어우러진다. 기타 반주에 맞춰 멋들어지게 부르는 재소자. 출소하면 가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과를 마치고 다시 성경퀴즈 대회는 이어지고 10문제만 더 출제하도록 했다. 준비는 많이 했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채점하는 동안 재소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6년 동안 이어지는 그들과의 만남이라 그런지 내가 전하는 메시지는 거부감 없이 받아 주니 감사하다. 어떤 옷을 입고 살 것인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파란 죄수복인가? 내 마음대로 골라 입을 수 있는 사회복인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에 대하여 생각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약속…….
2월에 출소할 재소자들을 위한 시간도 갖는다. 그들의 각오도 들어 보며 함께 그들의 출소를 박수로 축하해 준다. 찬양으로도 축하를 해주니 더 기뻐하는 재소자들.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8명을 선발하여 5만원씩 영치금을 넣어 드리겠다고 했더니, 입상한 어느 재소자가 자기에게 넣어줄 영치금을 다른 방에 있는 재소자에게 넣어 주고 싶단다. 연고자도 없어 무척 외롭게 교정생활을 하고 있는 재소자에게 주고 싶단다. 그렇게 하시라고 허락을 하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동이 올라온다. 아…… 사랑이다. 재소자가 준비한 찬양을 듣고 교도관의 인사와 목사님의 기도를 끝으로 2월의 교화 행사가 끝났다. 날씨가 추워서 서로가 고생은 했지만 모두가 기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육중한 철문을 지나오면서 ‘이들이 출소하여 다시는 교도소에 죄수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들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보를 놓는 보면대 위에 천국의 계단 주제가 가사의 일부를 적어 놓은 것을 보았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죽을 만큼 보고 싶다…….” 그들의 그리움이 해소되기를 기도해 본다.
2004. 2. 6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로 푸른 죄수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우리들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도 있겠지만, 본인과의 약속도 있으리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범죄의 소굴로 빠져 들어가 결국은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리라. 우리들은 그들에게 다음 교화행사 때는 영치금 40만원을 걸고 성경퀴즈 대회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도로 준비를 해왔었다. 98년부터 매월 방문하는 안양교도소이지만 함께 방문하는 분들은 몇 분을 빼곤 항상 새로운 분들이 동참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교도소 사역이 부담된다는 의미도 있으리라. 우리 자오와 그리스도의 끈으로 이어진 재소자들은 8-90명의 장애인들이다.
장애인 재소자들. 장애인이 무슨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갔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그들의 60%는 주먹께나 쓰면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손가락이 잘려있는 사람도 있고, 눈을 실명한 사람, 다리가 부러져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고, 오랜 감옥 생활을 하면서 몸이 망가져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먹고 살아가기 위해 노점상이나 행상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멸시 천대를 견디다 못해 성질 부렸다가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고, 단순 절도 등으로도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고 대답을 해 주지만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다.
약속 날짜가 임박했다. 함께 봉사갈 분들이 부족하여 내가 운영진으로 있는 다음카페 ‘창골산 봉서방’에 단체 메일을 보내어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체장애1급인 내가 자오나눔선교회를 9년 동안 이끌어 오면서 많은 동역자들을 만났지만, 그중에 창골산 봉서방은 귀한 동역자이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10명의 봉사자가 정해졌다. 영치금을 준비하고 다과를 나눌 떡과 과일 음료 커피를 준비하는 아내. 성경퀴즈 대회를 위해 새벽예배 전까지 문제를 출제하셨다는 열린 마음 목사님. 새벽에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교화 행사에 참석은 했지만 종교가 달라 어색하다는 친구 섬색시님. 성남에서 지혜님을 태우고 안양까지 오신 미룡 간사. 피노키오님, 김선주님, 옹달샘님, 반달님. 모두 일당백의 용사들이다.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화성시 마도면 송정리 211-1번지 자오 쉼터는 장애인 공동체이다. 거기에 선교회 사무실이 있다. 산속에 있기에 눈이 조금만 내리면 녹지 않아 고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눈이 더 쌓이기 전에 아내와 함께 시내로 나온다. 시내로 일찍 나오니 시간이 넉넉하다. 덕분에 밀렸던 일도 할 수 있다. 요즘 ‘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던데 아침형 인간의 장점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다. 안양교도소 정문에서 일행을 만나 15척 담이 기다리는 교도소를 향해 간다. 날씨가 춥다. 검문을 끝내고 교도소 안으로 들어서니 상당히 춥다. 함께 간 회원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수많은 철창문을 지나 예배당으로 들어선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쉬워 찬양을 하자며 피노키오님께 찬양인도를 부탁드린다. 찬양을 부르는 동안 80여명의 장애인 재소자들이 모이고, 그 사이 목사님과 담당 교도관과 함께 성경퀴즈 대회 진행 방법에 대하여 절충을 한다. 리더인 내가 모두에게 참가자들을 소개한 후, 오늘의 순서를 알려 준다. 바로 간단한 예배를 드리고 성경퀴즈 대회를 시작한다. 불신자들에게도 영치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해 그들에게 따로 난센스 퀴즈까지 준비하신 열린 마음 목사님, 재치 있는 진행에 폭소가 터지며 재소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 사이 여성분들은 준비해간 음식을 일회용 접시에 골고루 담고 있다. 뜨거운 물이 준비되고 커피도 준비된다. 푸짐하게 차려진 다과접시들이 재소자들에게 배달이 된다. 성경퀴즈를 잠시 중단하고 따뜻할 때 먹을 수 있도록 한다. 그 사이 재소자들과 방문자들이 준비한 찬양이 어우러진다. 기타 반주에 맞춰 멋들어지게 부르는 재소자. 출소하면 가수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과를 마치고 다시 성경퀴즈 대회는 이어지고 10문제만 더 출제하도록 했다. 준비는 많이 했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채점하는 동안 재소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6년 동안 이어지는 그들과의 만남이라 그런지 내가 전하는 메시지는 거부감 없이 받아 주니 감사하다. 어떤 옷을 입고 살 것인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파란 죄수복인가? 내 마음대로 골라 입을 수 있는 사회복인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에 대하여 생각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약속…….
2월에 출소할 재소자들을 위한 시간도 갖는다. 그들의 각오도 들어 보며 함께 그들의 출소를 박수로 축하해 준다. 찬양으로도 축하를 해주니 더 기뻐하는 재소자들.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8명을 선발하여 5만원씩 영치금을 넣어 드리겠다고 했더니, 입상한 어느 재소자가 자기에게 넣어줄 영치금을 다른 방에 있는 재소자에게 넣어 주고 싶단다. 연고자도 없어 무척 외롭게 교정생활을 하고 있는 재소자에게 주고 싶단다. 그렇게 하시라고 허락을 하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동이 올라온다. 아…… 사랑이다. 재소자가 준비한 찬양을 듣고 교도관의 인사와 목사님의 기도를 끝으로 2월의 교화 행사가 끝났다. 날씨가 추워서 서로가 고생은 했지만 모두가 기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육중한 철문을 지나오면서 ‘이들이 출소하여 다시는 교도소에 죄수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들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보를 놓는 보면대 위에 천국의 계단 주제가 가사의 일부를 적어 놓은 것을 보았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죽을 만큼 보고 싶다…….” 그들의 그리움이 해소되기를 기도해 본다.
200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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