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백합] 죽음과 희망...

자오나눔 2007. 1. 17. 14:18
    아내와 함께 거의 붙어 살다시피 하는 나는 행복한 사람일까? 아니면 불행한 사람일까? 부부가 항상 함께 하는 것이 주님의 축복이니 당연히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오른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양로원에 봉사갈 물품들을 챙기고 있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차에 물품을 싣는 모습을 보았다. 원래는 내일 봉사를 가는 날이었는데, 우리 자오쉼터 가족인 혜진 자매의 검사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가야 하기에 봉사를 하루 앞당겼다. 검사 결과가 잘 나와서 정확한 처방을 받아 치료를 하면서, 우리 혜진 자매의 간질병이 모두 낫기를 기도하는 우리 자오쉼터 가족들이다. 구불구불 시골길을 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다. 남들은 돈주며 관광 다니는데 우리는 봉사를 다니며 산천경관을 구경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양로원에 도착하니 조용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 표정이 무겁다, 아내는 물품을 차에서 내려 정리를 하고 있고, 나는 목사님과 어르신들 주위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다. 3일전에 양권사님이 심장마비로 83년을 사시다 아무런 고통도 없이 편하게 소천을 하셨단다. 수돗가에서 할아버지께 손을 씻으라고 물을 끼얹어 주시곤 그대로 주저 앉아 숨을 거두셨단다.
    며칠 전부터 된장을 담글 항아리를 구해 놨다며 그것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할아버지를 재촉하드란다. 항아리를 가져오니 모두 씻어 놓고 메주를 넣어 장을 띄워 놓고 하는 말, "내가 없으면 누가 저 장을 다릴까나... 누가 가마솥에 밥 해서 먹일까나..." 하시며 할머님들께 넋두리를 하시더란다. 그러더니 갑자기 소천하셨다고... 가족에게 연락을 하니 금방 와서 싣고 가버려 이별다운 이별도 못했다며 눈물을 지으신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내가 다른 일을 하는 동안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 마다 얼마 남지 않는 생을 아쉬워하면서도, 어서 빨리 주님 곁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하신다.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다음 달에는 야외로 봄놀이 갑시다. 차에 삼겹살 싣고 버너 싣고, 이것 저것 싣고서 봄놀이 갑시다. 힘내세요" 했더니 금새 좋아라 하시는 할머님들.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주님만이 아시겠지만, 효도하는 마음으로 다음달에는 야외로 나들이를 해야겠다. 아내가 일을 마치고 나니 벌써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다음달에 봄놀이 간다는 설렘에 할머님들의 표정이 밝다. 꼭 모시고 가야지. 오래 오래 사세요.

    2004.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