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열심히 점심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내와 엄지님, 영원님께 보기 좋다는 한마디 해 주고 할머님들 앞에 앉았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계시는 할머님들은 지친 모습이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할머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무언가 소일거리를 만들어서 움직이시라고 했다.
"늙은이들이 할 것이 뭐 있겠냐"며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에이~ 할머니 그거 3대 거짓말이래요.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이랑, 장사꾼 밑지고 판다는 말이라, 노인들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이랑 3대 거짓말이래요~"
"그려? 그러면 그런가보지 뭐~"
그렇게 시작된 할머님의 과거지사가 흘러나온다. 85세 된 할머님의 기구한 사연, 지금부터 71년전 할머님 14살 때,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 피죽도 먹기 힘들고 굶기를 밥먹듯 했던 그 시절, 우물가 두레박에 우물 한바가지 퍼서 마시고 허기를 달랬던 시절이란다. 할머님 아래로 여동생 두 명이 더 있었다. 딸만 셋이었다. 어머니는 병들어 누워 있었고 살림은 아버지가 다 하셨다. 얼마나 살기 힘들었는지 죽는 게 더 낫다는 말을 수시로 하며 살아오신 부모님, 그렇게 살아오던 어느 날.
그 날도 3일을 굶어 짚신이 개떡으로 보이더란다. 아버님이 하얀 쌀죽을 쑤어 오셔서 맛있게 먹자고 하셨다. 상 앞에 앉아서 먹으려는데 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에 할머님은 냄새난다며 먹지 않았고, 아버님, 어머님, 여동생 둘은 그 죽을 다 먹었단다. 죽을 먹은 네 사람은 모두 죽었고 죽을 안 먹은 할머님만 살아 남으셨다. 너무나 살기 힘들어 가족이 죽기로 하고 아버님이 죽을 쑤고 거기에 약을 넣었더란다. 그렇게 시작된 할머님은 고생고생하며 사시다 이제는 양로원으로 들어와 살게 되셨단다. 그렇게 원망스럽던 아버님이었는데 이제는 그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고, 다 용서가 되더란다. 꿈속에서라도 아버님 얼굴을 뵙고 싶다는 할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할머님들 수발 들다가 파김치가 되어 있는 58세의 노처녀 목사님,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하신다. 아직도 신랑감 구하지 못했냐며 웃으시는 목사님께 할머님들 소일거리를 만들어 드리라고 했다. 5일장에 가서 검은콩 한말과 흰콩 한말을 사오셔서 마루에 멍석을 깔고 두 가지를 골고루 섞은 다음에 할머님들께 검은콩은 검은콩대로 흰콩은 흰콩대로 고르게 하시라고 했다. 치매 예방도 되지만 노인들 소일거리로는 최고라고 했더니 다음 장날에는 꼭 콩을 사오겠다고 하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주방에선 맛있는 음식 냄새를 풍기고 있다. 이렇게 와서 한끼 밥만 해 줘도 숨통이 트인다고 하신다. 쌀 떨어진 것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오셨을까 감사해 하시는 노처녀 목사님, 그러면서 금새 농사 이야기로 넘어 간다. 고추 심고, 감자 심고, 콩 심고, 호박 심고... 심고, 심고, 심고... 뿌린 대로 듬뿍 거두시길...
주방에서 수고하신 분들 덕분에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졌다. 세 명이 서서 일하기 비좁은 주방이지만 호호 웃으며 잘도 한다. 일부러 광명에서 수원까지 오셔서 버스 타고 쉼터로 오셨던 영원님은 더 열심이다. 저녁에 먹을 반찬까지 만들어 놓고, 생선은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수시로 요리해 잡수라는 아내. 모두들 보기 좋다. 목사님의 축복 기도를 받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 할머님들이 신나셨다. 대충 잡수던 식사가 오늘은 푸짐하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돌아본다. 모두가 푸르다. 살아있는 것들이다. 이래서 자연이 더 좋은 것이다. 아내와 엄지님은 밭에 나가서 야채를 뜯고 영원님은 설거지를 하고 계신다. 엄지님 출근할 시간이 다 되었고 우리 자오쉼터 가족들 점심도 챙겨 줘야 하기에 설거지가 끝나자 서둘러 차에 오른다. 모처럼 할머님들 기운을 차리고 밖으로 나오셨다. 거친 손바닥만큼이나 힘들게 세상을 살아오신 할머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며칠 안으로 또 올게요"라는 희망 한마디 던져 놓고 시동을 켠다. 모두가 감사의 조건이다.
2004. 5. 13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늙은이들이 할 것이 뭐 있겠냐"며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에이~ 할머니 그거 3대 거짓말이래요.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이랑, 장사꾼 밑지고 판다는 말이라, 노인들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이랑 3대 거짓말이래요~"
"그려? 그러면 그런가보지 뭐~"
그렇게 시작된 할머님의 과거지사가 흘러나온다. 85세 된 할머님의 기구한 사연, 지금부터 71년전 할머님 14살 때,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 피죽도 먹기 힘들고 굶기를 밥먹듯 했던 그 시절, 우물가 두레박에 우물 한바가지 퍼서 마시고 허기를 달랬던 시절이란다. 할머님 아래로 여동생 두 명이 더 있었다. 딸만 셋이었다. 어머니는 병들어 누워 있었고 살림은 아버지가 다 하셨다. 얼마나 살기 힘들었는지 죽는 게 더 낫다는 말을 수시로 하며 살아오신 부모님, 그렇게 살아오던 어느 날.
그 날도 3일을 굶어 짚신이 개떡으로 보이더란다. 아버님이 하얀 쌀죽을 쑤어 오셔서 맛있게 먹자고 하셨다. 상 앞에 앉아서 먹으려는데 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에 할머님은 냄새난다며 먹지 않았고, 아버님, 어머님, 여동생 둘은 그 죽을 다 먹었단다. 죽을 먹은 네 사람은 모두 죽었고 죽을 안 먹은 할머님만 살아 남으셨다. 너무나 살기 힘들어 가족이 죽기로 하고 아버님이 죽을 쑤고 거기에 약을 넣었더란다. 그렇게 시작된 할머님은 고생고생하며 사시다 이제는 양로원으로 들어와 살게 되셨단다. 그렇게 원망스럽던 아버님이었는데 이제는 그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고, 다 용서가 되더란다. 꿈속에서라도 아버님 얼굴을 뵙고 싶다는 할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할머님들 수발 들다가 파김치가 되어 있는 58세의 노처녀 목사님,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하신다. 아직도 신랑감 구하지 못했냐며 웃으시는 목사님께 할머님들 소일거리를 만들어 드리라고 했다. 5일장에 가서 검은콩 한말과 흰콩 한말을 사오셔서 마루에 멍석을 깔고 두 가지를 골고루 섞은 다음에 할머님들께 검은콩은 검은콩대로 흰콩은 흰콩대로 고르게 하시라고 했다. 치매 예방도 되지만 노인들 소일거리로는 최고라고 했더니 다음 장날에는 꼭 콩을 사오겠다고 하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주방에선 맛있는 음식 냄새를 풍기고 있다. 이렇게 와서 한끼 밥만 해 줘도 숨통이 트인다고 하신다. 쌀 떨어진 것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오셨을까 감사해 하시는 노처녀 목사님, 그러면서 금새 농사 이야기로 넘어 간다. 고추 심고, 감자 심고, 콩 심고, 호박 심고... 심고, 심고, 심고... 뿌린 대로 듬뿍 거두시길...
주방에서 수고하신 분들 덕분에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졌다. 세 명이 서서 일하기 비좁은 주방이지만 호호 웃으며 잘도 한다. 일부러 광명에서 수원까지 오셔서 버스 타고 쉼터로 오셨던 영원님은 더 열심이다. 저녁에 먹을 반찬까지 만들어 놓고, 생선은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수시로 요리해 잡수라는 아내. 모두들 보기 좋다. 목사님의 축복 기도를 받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 할머님들이 신나셨다. 대충 잡수던 식사가 오늘은 푸짐하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돌아본다. 모두가 푸르다. 살아있는 것들이다. 이래서 자연이 더 좋은 것이다. 아내와 엄지님은 밭에 나가서 야채를 뜯고 영원님은 설거지를 하고 계신다. 엄지님 출근할 시간이 다 되었고 우리 자오쉼터 가족들 점심도 챙겨 줘야 하기에 설거지가 끝나자 서둘러 차에 오른다. 모처럼 할머님들 기운을 차리고 밖으로 나오셨다. 거친 손바닥만큼이나 힘들게 세상을 살아오신 할머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며칠 안으로 또 올게요"라는 희망 한마디 던져 놓고 시동을 켠다. 모두가 감사의 조건이다.
2004. 5. 13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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