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문학의 이해

장문(長文)의 함정-2

자오나눔 2007. 1. 17. 14:53
<장문(長文)의 함정-2>

2.격에 맞는 조사

조사는 명사 아래에 붙어 그 명사의 성분, 즉 주어나 목적어나 보어를 규정해준다. 조사 가운데‘은/는/이/가’는 주격을, ‘을/를’은 목적격을, ‘에/에게’는 부사격을 나타낸다. 또‘은/는’과 ‘이/가’가 같은 주격 조사이지만 ‘나는 학교에 갔다’와 ‘내가 학교에 갔다’처럼 둘 사이의 쓰임은 엄연히 다르다. 조사의 사용이 부정확한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1) 한국이 일본에게 패하였다(→일본에)
(2) 청년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청년에게)
(3) 원서 접수는 5일까지 마감한다(→ 5일에 마감한다)
(4) 내 아이만큼은 잘 키울 것이니 교육만큼은 제게 맡기세요(→아이만은,교육만은)
(5) 남은 책이 한 권뿐이 없다(→한 권밖에)·

(1)은 생명체의 여격에는 ‘에게’를, 비 생명체의 여격에는 ‘에’를 쓴다는 사실을 어겼다. (2)는 틀렸다기보다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으로부터’는 from의 번역투인데 우리의 고유 표현인 ‘에게’보다는 의미 전달력이 떨어진다. (3)에서 ‘까지’를 살리려면 ‘5일까지 받는다’라고 표현해야 하며, (5)에서 ‘뿐’을 살리려면 ‘한권뿐이다’라고 해야 한다.

(6) 민주당측은 21일 대구시를 항의 방문한데 이어 논평을 내고 대구시와 한나라당을 비난하자 한나라당측 역시 상대방을 비난하는 논평을 내는 등 이번 사태는 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문장은 밑줄 친 단어들에서 알 수 있듯 한 문장에 주격 조사가 세 개나 겹쳐 있다. 전체적인 뼈대만 추리면 ‘민주당은 …하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인데 여기서 의미상의 대주어는 ‘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은 ‘민주당이’가 맞다. 여기서는 특히 ‘-하자’가 앞에 나오는 주어의 성격을 규정해 주는데 ‘-하자’는 앞 절을 주절이 아닌 종속절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3.성격이 다른 정보들

글을 쓰다 보면 하고 싶은 말, 그럴 듯한 표현이 가지치기하듯 연이어 생각날 때가 있다. 애써 생각한 내용이라 버리기는 아깝고…. 그래서 일단 한 문장 안에 다 구겨 넣어본다. 아래가 그와 같은 예인데, 당연히 소화불량이다.

(1) 고혈압은 ①우리 나라에서도 가장 흔한 병의 하나이며, ②예로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③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④식사와의 관계가 보다 명백하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위 문장은 4개의 주요 정보를 담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문장의 길이가 아니라 정보가 얼마나 복잡한가 하는 점이다. ②와 ③, ③과 ④가 역접 내지 전환으로 맺어져 있는 것에서 보듯이 서로 이질적이며 상반된 정보들이다. 이들을 한꺼번에 한 문장 안에 넣다 보니 두 번의 역접이 일어나 혼란스럽게 되었다.
이럴 때는 적당한 자리에서 문장을 나누어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위의 문장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 중에서도…’ 정도로 나누어 쓰면 한결 낫겠다. 아래에 예를 하나 더 보자.

(2) 지난 추석에 고향을 가 보니 동네 어귀에 동창회 모임 프랑카드가 참 많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며 ‘아! 정말 초등학교 동창들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과 만나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위 문장 역시 이리저리 많은 정보를 한 문장 안에 담으려다 보니 이상해졌다. ‘…가 보니’와 어울리는 내용은 ‘…가 어떠했다’가 될 텐데, 그 외에 ‘어떤 행동과 생각을 했다’까지 덧붙여 의미 구조가 무너졌다. 이 문장도 다음과 같이 나누어 쓰면 좋겠다.

(2-1) 지난 추석에 고향을 가 보니 동네 어귀에 동창회 모임 플래카드가 참 많이 붙어 있었다. 그것을 보니 ‘아! 정말 초등학교 동창들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들을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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