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문학의 이해

長文의 함정-3(단어중첩)

자오나눔 2007. 1. 17. 14:54
4.같은 단어의 중첩

내가 쓴 글을 독자가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독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독자가 이해하건 말건 자신만의 잣대로 글을 써나갈 수는 없다. 독자가 그 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자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예컨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답시고 같은 말을 중언부언할 경우 오히려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결과를 빚는다. ‘앞에서 설명했듯이’혹은 ‘이제까지 ~에 대해 알아보았다’등의 표현이 그것인데, 이는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논지를 일관되게 이끌어가는데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군더더기 말이 되고 구성을 산만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한 문장 안에서 같은 단어를 두 번 이상 쓰는 형태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중언부언이 아니라 중첩이라고 해야겠다. 단어의 중첩은 기본적으로 피하는 게 좋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앞서 ‘단어의 중첩과 생략’ 항목에서 예로 든 문장처럼 ‘나는 나라를 사랑하므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생각이다’에서 ‘나라’가 중첩된다고 어느 하나를 생략할 수는 없다. 이는 문장 구조상 꼭 필요한 단어이기도 하다. 반면 아래 문장은 달리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1) 이 책은 인간과 사랑에 대해 쓴 책이다(후반부:→대해 썼다)
(2)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후반부→볼 수 있다, 혹은 전반부:→이는)
(3) 해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예상된다)

사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장에서는 이처럼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이 때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글쓰기에서 일종의 금기사항으로 여기는 것이다. 위의 고친 예처럼 표현 방식을 달리 하거나 유사한 단어로 대체하는 식의 편법을 생각해 볼 일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마땅히 대체할 용어가 없거나, 달리 표현하면 뉘앙스가 달라지는 수가 있는데, 이 때는 고치지 않는 편이 낫겠다.

(4) 인도·유럽말의 시제는 일차원적인 시간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시제가 일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대과거·현재완료·현재·전미래, 그리고 미래로 나뉘어져 있지만, 우리말의 시제는 삼차원적이고 구체적인 시간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를 중심으로 해서 완료된 전승과 지향적인 기대의 시제가 있을 뿐이다. (이규호, 한국인의 사상구조)

우리말이 내포하는 시제의 특징을 설명한 글 가운데 일부이다. 여기서는 ‘시제’라는 단어가 네 군데 나온다. 이 경우는 그 단어가 논지를 풀어나가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상이므로 중복 자체가 큰 흠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역시 옥의 티 정도는 된다. 아래처럼 표현을 달리 하면 얼마든지 이같은 옥의 티를 줄일 수 있다.

(4-1)인도·유럽말의 시제는 일차원적인 시간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일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대과거·현재완료·현재·전미래, 그리고 미래로 나뉘어져 있지만, 우리말의 시제는, 삼차원적이고 구체적인 시간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를 중심으로 해서 완료된 전승과 지향적인 기대가 있을 뿐이다.

(4-2) 인도·유럽말의 시제는 일차원적인 시간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일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대과거·현재완료·현재·전미래, 그리고 미래로 나뉘어져 있지만, 우리말은 삼차원적이고 구체적인 시간관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를 중심으로 해서 완료된 전승과 지향적인 기대의 시제가 있을 뿐이다.

이밖에 중첩해서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아래에 예를 몇 가지 들어 본다. 고친 문장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되면 앞으로 이런 중첩 표현은 가급적 피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5)국내 바이오산업의 수준은 선진국의 60~70% 수준이다.(후반부:→정도이다)

(6) K 의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지난번 첫 TV토론 당시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어색한 자세를 보였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부:→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7) 몇년전 미국 캘리포니아에 대지진이 발생하였는데 그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한 소아마비 환자가 지진이 일어나서 땅이 진동하고 집이 무너져내릴 급박한 상황에 이르자 혼자 벌떡 일어나서 뛰어나와 목숨을 건진 일이 있었습니다.
(후반부의 ‘지진이 일어나서’는 생략해도 무리가 없다)

(8) 더구나 최근에는 사회적 스트레스와 공해 등 환경오염 등으로 40,50대층에서도 치매환자가 발생하는 등 저연령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사회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공해를 비롯한 각종 환경오염으로 40,50대에서도 치매가 발생하는 등 치매의 저연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일본 증시도 폭락,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주 말보다 3.76%(339.55엔) 하락한 8688.00엔을 기록,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도 폭락,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주 말보다 3.76%(339.55엔) 하락한 8688.00엔으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문장에 단어 생략 기능을 하는 쉼표가 두 번 들어가는 것도 금기해야 할 사항이다)
→일본 증시도 폭락,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주 말보다 3.76%(339.55엔) 하락한 8688.00엔을 기록하며 20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