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한 문장 안에 주어를 두 개 이상 넣는 수가 있다. 단문(홑문)일 때는 으레 하나의 주어에 하나의 술어만 사용하지만, 복문(안긴문장)이나 중문(이어진 문장)처럼 긴 문장에는 주어를 두 개 이상 넣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어느 나라 말글이건 공통된 현상이다.
1)나는 그녀를 안다.(홑주어 문장)
2)나는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겹주어 문장)
3)나는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가 좋아하는 꽃을 그녀에게 선물했다.(겹주어 문장)
4)나는 그녀를 알지만 그녀는 나를 모른다.(겹주어 문장)
2)와 3)은 복문이고 4)는 중문이다. 세 문장 모두 주어를 둘 이상 갖고 있지만 문장 구성이 완벽하다. 이는 주어가 둘 이상이라고 해서 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주어를 남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주어가 많으면 글이 복잡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 잘못하면 문맥을 잃기도 한다. 별건 아닌 듯하지만 글의 자연스런 흐름도 방해한다. 주어 남용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주격 연쇄형이다. 주격 연쇄형이란 문장 내에서 두개 이상의 주어가 연속적으로 꼬리를 물며 나오는 형태다.
5) 나는 그가 이곳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6) 나는 그는 이곳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7) 내가 그가 이곳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세 문장은 각자 전하고자 하는 뜻이 다르다. 5)를 기본 글로 볼 때 6)에서 '그는'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만큼은'의 뜻이 강하게 전달되고, 7)에서 '내가'는 '누구냐 하면 바로 내가'의 뜻이 강하게 내포돼 있다. 그러므로 위의 세 문장은 각자 전달하고자 한 뜻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6)과 7)을 볼 때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그럴까. 내용은 충실하지만 문맥이 껄끄럽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5)처럼 '은/는'과 '이/가'를 번갈아 쓰지 않고 6),7)처럼 '은/는'을 중첩하거나 '이/가'를 중첩하면 마치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다 돌부리에 걸려 배회하는 듯한 불안정한 형태가 된다. 이런 형태를 흔히 이중주어, 혹은 주격 연쇄형 문장이라고 부른다.
1. 보조사 '은/는' 의 중첩
필자가 중고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해도 주격조사는 '은/는/이/가'라고 배웠는데 요즘에는 '이/가'만이 정식 주격조사이고, '은/는'은 보조사라고 한다. 선행어를 한정하거나 강조하는 기능을 하면서 주격 뿐만 아니라 다른 격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우선 중첩된 '은/는'이 모두 주격으로 쓰이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자.
'은/는'이 중첩된 주격 연쇄형 문장은 글의 구성력을 잃고 내용마저 난해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은/는'은 주어가 여럿일 때 대주어, 즉 문장의 핵심 주어 역할을 하는데 한 문장에 대 주어가 둘 이상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1) 나는 그는 아프다고 생각한다.
1-1)나는 그가 아프다고 생각한다.
예문은 대주어 즉 핵심주어가 '나'이고 소주어가 '그'이다. 그러나 대주어, 소주어 구별 없이 모두 보조사 '는'을 사용했다. 물론 이때 '그는'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만큼은'이라는 뜻을 내포하며 강조 혹은 한정하는 기능을 한다. 즉 '그가'로 써야 할 상황에서 '그'를 강조하기 위해 '그는'을 쓴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표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나는'과 '그는'이 음운충돌 현상을 빚기 때문에 좋은 표현 형태는 아니다.
2) 정치일꾼의 책임은 평상시 부대원들의 사상교양에서부터 돌발사태에 직면한 작전수립에까지, 그 범위는 실로 넓었다.(조정래, 태백산맥)
이 문장은 '책임'과 '범위'를 각각 주어로 삼고 둘 다 '은'을 조사로 사용했다. '은'이 선행어를 강조하거나 한정한다고 볼 때 이 문장의 뒷주어 '범위'는 내용 면에서 그같은 속성을 지닐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은' 대신 주격조사 '이(가)'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1-1) 정치일꾼의 책임은 평상시 부대원들의 사상교양에서부터 돌발사태에 직면한 작전수립에까지, 그 범위가 실로 넓었다.
1-2) 정치일꾼의 책임 범위는 평상시 부대원들의 사상교양에서부터 돌발사태에 직면한 작전수립에까지 실로 넓었다.
위의 두 번째 예문은 문장의 틀을 약간 바꾸어 단일 주어의 형태로 만들어 본 것이다. 예문에서 '책임'이라는 어휘에 강세를 둘 필요가 없다면 이런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 LG가 3-1로 리드한 가운데 7회 이상훈을 내세운 이유는 경기를 승리로 끝마치기 위해서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예문도 앞의 것과 마찬가지로 이중 주어가 보조사 '은(는)'과 결합한 꼴이다. 이 가운데 뒤의 주어부는 글을 늘어지게 하는 감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2-1) LG가 3-1로 리드한 가운데 7회 이상훈을 내세운 이유는 당연히 경기를 승리로 끝마치기 위해서다.
중첩된 '은/는' 가운데 하나가 주어로 쓰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주격 연쇄형은 아니지만 중첩된 '은/는'이 음운 충돌 현상을 빚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3) 세상에서는 흔히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4) 결국은 그는 떠났다.
3)에서, '세상에서는'의 '는'은 주격이 아니다. '세상에서'를 강조하기 위한 보조사일 뿐이다. 그렇지만 주어부의 '가정은'의 '은'과 음운 충돌 현상을 빚는다. 4)역시 첫 번째 '은'이 부사 '결국'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는'과 충돌한다. 예문들을 다음과 같이 고쳐 보았다.
3-1) 흔히들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3-2) 일반적으로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4-1) 결국 그는 떠났다.
4-2) 결국은 그가 떠났다. (계속)
1)나는 그녀를 안다.(홑주어 문장)
2)나는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겹주어 문장)
3)나는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가 좋아하는 꽃을 그녀에게 선물했다.(겹주어 문장)
4)나는 그녀를 알지만 그녀는 나를 모른다.(겹주어 문장)
2)와 3)은 복문이고 4)는 중문이다. 세 문장 모두 주어를 둘 이상 갖고 있지만 문장 구성이 완벽하다. 이는 주어가 둘 이상이라고 해서 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주어를 남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주어가 많으면 글이 복잡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또 잘못하면 문맥을 잃기도 한다. 별건 아닌 듯하지만 글의 자연스런 흐름도 방해한다. 주어 남용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주격 연쇄형이다. 주격 연쇄형이란 문장 내에서 두개 이상의 주어가 연속적으로 꼬리를 물며 나오는 형태다.
5) 나는 그가 이곳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6) 나는 그는 이곳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7) 내가 그가 이곳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세 문장은 각자 전하고자 하는 뜻이 다르다. 5)를 기본 글로 볼 때 6)에서 '그는'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만큼은'의 뜻이 강하게 전달되고, 7)에서 '내가'는 '누구냐 하면 바로 내가'의 뜻이 강하게 내포돼 있다. 그러므로 위의 세 문장은 각자 전달하고자 한 뜻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6)과 7)을 볼 때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그럴까. 내용은 충실하지만 문맥이 껄끄럽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5)처럼 '은/는'과 '이/가'를 번갈아 쓰지 않고 6),7)처럼 '은/는'을 중첩하거나 '이/가'를 중첩하면 마치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다 돌부리에 걸려 배회하는 듯한 불안정한 형태가 된다. 이런 형태를 흔히 이중주어, 혹은 주격 연쇄형 문장이라고 부른다.
1. 보조사 '은/는' 의 중첩
필자가 중고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해도 주격조사는 '은/는/이/가'라고 배웠는데 요즘에는 '이/가'만이 정식 주격조사이고, '은/는'은 보조사라고 한다. 선행어를 한정하거나 강조하는 기능을 하면서 주격 뿐만 아니라 다른 격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우선 중첩된 '은/는'이 모두 주격으로 쓰이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자.
'은/는'이 중첩된 주격 연쇄형 문장은 글의 구성력을 잃고 내용마저 난해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은/는'은 주어가 여럿일 때 대주어, 즉 문장의 핵심 주어 역할을 하는데 한 문장에 대 주어가 둘 이상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1) 나는 그는 아프다고 생각한다.
1-1)나는 그가 아프다고 생각한다.
예문은 대주어 즉 핵심주어가 '나'이고 소주어가 '그'이다. 그러나 대주어, 소주어 구별 없이 모두 보조사 '는'을 사용했다. 물론 이때 '그는'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만큼은'이라는 뜻을 내포하며 강조 혹은 한정하는 기능을 한다. 즉 '그가'로 써야 할 상황에서 '그'를 강조하기 위해 '그는'을 쓴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표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나는'과 '그는'이 음운충돌 현상을 빚기 때문에 좋은 표현 형태는 아니다.
2) 정치일꾼의 책임은 평상시 부대원들의 사상교양에서부터 돌발사태에 직면한 작전수립에까지, 그 범위는 실로 넓었다.(조정래, 태백산맥)
이 문장은 '책임'과 '범위'를 각각 주어로 삼고 둘 다 '은'을 조사로 사용했다. '은'이 선행어를 강조하거나 한정한다고 볼 때 이 문장의 뒷주어 '범위'는 내용 면에서 그같은 속성을 지닐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은' 대신 주격조사 '이(가)'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1-1) 정치일꾼의 책임은 평상시 부대원들의 사상교양에서부터 돌발사태에 직면한 작전수립에까지, 그 범위가 실로 넓었다.
1-2) 정치일꾼의 책임 범위는 평상시 부대원들의 사상교양에서부터 돌발사태에 직면한 작전수립에까지 실로 넓었다.
위의 두 번째 예문은 문장의 틀을 약간 바꾸어 단일 주어의 형태로 만들어 본 것이다. 예문에서 '책임'이라는 어휘에 강세를 둘 필요가 없다면 이런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2) LG가 3-1로 리드한 가운데 7회 이상훈을 내세운 이유는 경기를 승리로 끝마치기 위해서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예문도 앞의 것과 마찬가지로 이중 주어가 보조사 '은(는)'과 결합한 꼴이다. 이 가운데 뒤의 주어부는 글을 늘어지게 하는 감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이 자연스럽다.
2-1) LG가 3-1로 리드한 가운데 7회 이상훈을 내세운 이유는 당연히 경기를 승리로 끝마치기 위해서다.
중첩된 '은/는' 가운데 하나가 주어로 쓰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주격 연쇄형은 아니지만 중첩된 '은/는'이 음운 충돌 현상을 빚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3) 세상에서는 흔히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4) 결국은 그는 떠났다.
3)에서, '세상에서는'의 '는'은 주격이 아니다. '세상에서'를 강조하기 위한 보조사일 뿐이다. 그렇지만 주어부의 '가정은'의 '은'과 음운 충돌 현상을 빚는다. 4)역시 첫 번째 '은'이 부사 '결국'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는'과 충돌한다. 예문들을 다음과 같이 고쳐 보았다.
3-1) 흔히들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3-2) 일반적으로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4-1) 결국 그는 떠났다.
4-2) 결국은 그가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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