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주머니가 기분 좋게 웃으며 옆집 새댁에게 자랑을 한다.
“우리 애는 천재에요 천재!”
“네? 아이의 IQ가 높은가 봐요?”
“아니요~”
“그럼 EQ가 높은가요?”
“그것이 아니라니까요 호호호”
“그런데 천재라니요? JQ가 높은가?”
“새댁 JQ가 뭐예요?”
“잔머리 지수요.”
“아~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내 아들은 천재예요 천재!”
“축하드려요~ 그런데 어디에 천재지요?”
“우리 아들은 공부를 하나도 안하는데 꼴등을 안 해요. 확실한 천재라니까요. 호호호”
고등학교에 들어간 우리 아들도 저 아주머니네 아들 못지않게 공부를 안 한다. 대신 게임은 통제를 하지 않으면 밤이 새는 줄 모르고 한다. 대단한 열정이다. 그 열정으로 공부를 한다면 평균 60점은 우습게 넘겠다. 녀석은 학교서 야자까지 마치고 집에 오면 밤 10시. 밤참을 챙겨 먹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곤 야채구락부에 접속하여 게임을 한다. 자정이 넘도록 하다가 숙제를 한다고 책을 펼쳐 놓곤 숙제도 다 끝내지 못하고 잠을 잔다. 새벽부터 일어나야 하는 일상이 녀석에게 피로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일까.
담임선생님이 아내에게 전화를 했단다. 녀석이 보청기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는가 보다. 며칠 전에 보청기 한쪽을 박살내고 아빠에겐 당당하게 수리하러 가자고 했다. 한쪽 보청기 수리를 맡기며 나머지 보청기도 청소를 했는데 갑자기 들리지 않는단다. 급하게 스페어 보청기 마련하여 대신 착용하게 하고 고장 난 보청기는 수리를 맡겼단다. 그때, 아들 보청기 때문에 아내가 학교에 찾아 갔을 때 담임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아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잠만 잔다고 했단다. 밤에 공부 조금만 시키고 일찍 재우라고 하셨단다. 에효~ 공부하다 피곤해 잔다면 할 말이라도 있지….
아들에게 항상 당당하게 살라고 가르쳤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사실대로 말을 해 주면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거짓말을 해 버리면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여자애들은 절대로 혼내거나 때리지 않는단다. 자기보다 더 큰 남자 친구들하고는 심한 몸싸움도 하고 태권도 대련도 할 때가 있단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줬다. 역시 내 아들이라고 했다. 이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겠지….
학교 공부는 잘 못해도 성경 시험에선 1등을 한다. 평균 점수가 낮아도, 60점도 안 되는 실력이지만 자기 뒤로 다섯 명이나 있다며 오히려 아빠에게 큰소리치는 녀석이다. 믿음의 눈으로 보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런데 아빠의 눈으로 보면 걱정이 태산이다. 아빠는 어쩔 수 없는 속물이다.
아빠가 주중 4일은 학교에 가 있기에 마주 앉아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이번에 올라가면 이야기 좀 해야겠다. 서재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불을 꺼 놓고 천장을 보며 이야기를 해야겠다. 평상시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서재 침대를 이용한다. 놀라지 않고, 겁먹지 않고, 마음에 부담 갖지 않고 이야기 하라고 나란히 누워서 불을 끄고 이야기를 한다. 아들과 나란히 누워 본지가 몇 달은 지난 듯하다. 팔베개 해주며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속물 아빠의 넋두리도 들려줘야겠다. 그래도 아빠는 아들을 믿는다고….
2008. 5. 28.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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