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 열여섯, 지적장애 1급, 간질이 있고, 자폐성까지 있는 남자 아이.
자오쉼터에선 대책 없는 천방지축이다.
아직 말을 할 줄 모르고 괴성만 지르는 아이다.
수시로 옷을 입은 채로 방에 서서 소변을 봐 버리는 아이다.
조금만 배가 고파도 괴성을 지르며 뛰어 다닌다.
다른 사람의 말은 알아먹지만 자기에게 필요한 말만 듣고 반응을 한다.
손등에 침을 바르고 손바닥으로 손등을 때리거나 피가 나도록 긁는다.
그래서 예쁜 장갑을 사다가 끼워 줬지만 금방 벗어 버린다.
당최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잘 지내다가도 화장실에 가면 나올 줄을 모른다.
바지를 내리고 장난을 치고 있거나 샤워기를 틀어 놓고 장난을 친다.
덕분에 항상 긴장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그런데 어제 밤에 우리가 사고를 쳤다.
권사님은 저녁을 차리고 있고, 티비를 보던 우리가 바지를 잡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변이 마려울 때 하는 모습이다.
잠시 후 소변소리가 들려오고 변기 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30초 쯤 지났는데 우리의 괴성이 화장실서 한 번 들리더니 잠잠하다.
그 사이에 샤워기를 틀어 놓고 장난을 치고 있다.
물 잠그고 빨리 나오라는 내 소리를 듣고
현우가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잠그고 우리를 데리고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왼쪽 눈자위와 볼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무래도 이상해 찬물로 얼굴을 식혀 주곤
저녁을 먹고 남동생과 함께 종합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우리 엄마께 상황 설명을 했다. 잘 부탁한다는 대답이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의사 선생님이 보시더니 화상이란다.
샤워기를 온수에 놓고 틀어서 물이 따뜻해지니까 자기 얼굴에 뿌렸고
그 사이에 더운 물이 나와서 화상을 입게 된 것이다.
내 탓이다. 마음이 아프다.
치료를 마친 당직 의사는
“이대로 가면 흉터는 생기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긁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대답을 했다.
“선생님 이 환자는 지적장애 1급인데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합니다.
우선 얼굴을 치료하고 거즈를 붙여 놨는데 그것도 당장 떼어 버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굴에 두건을 씌웠다.
20여분 만에 치료는 끝나고 계산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상하다.
세상에 잠깐 그 사이에 두건을 확 벗어 버렸다.
얼굴에 거즈까지 모두 떨어져 버렸다.
“아~ 우리야! 너 땜에 살겠다. 끙”
내가 고함을 지르자 녀석은 나를 보고 하얀 이빨을 보이며 활짝 웃는다.
덕분에 남동생만 나에게 혼났다.
녀석을 다시 응급실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또 받았다.
집으로 오는 동안에 남동생은 우리의 두 손을 꼭 잡고 있다.
녀석이 두건을 벗겨 버릴까봐 권사님은
녀석 곁에서 새벽까지 잠도 못자고 지켜보고 있다.
어머니의 심정이다.
화상이 얼마나 아픈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20년 전에 전신 75%의 화상을 입고 고생을 많이 해 봤기 때문이다.
녀석도 많이 아플 것인데…. 바라보는 내 마음도 아프다.
매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하고 주사 맞히고 약도 먹여야 한다.
문제는 얼굴에 손을 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야~ 너 땜에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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