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34] 그럴 수도 있지 머~.

자오나눔 2007. 1. 13. 00:45
  오후 2시 50분  경이면 어김없이 준열이의 노래  소리가 들려 온
  다.
  만화 영화 주제가부터  에쵸티의 캔디, 그리고 누군지  는 모르겠
  지만 제목이 운명이라고  하는 유행가를 빽빽대며 부르고 올라온
  다.
  "아빠~~ 다녀왔습니다." 꾸벅~
  "그래~ 잘 놀다 왔어요?"
  "네~~ 야아~빨리 와와~~"
  "잉? 무슨 소리냐?"

  헉!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저 개구쟁이가 상대를 데리고 왔구
  나... 아고 큰일났네....
  천방지축 개구쟁이들은 이방 저 방으로 뛰어 다니며 난리다.
  아고 드디어 총격전이 벌어졌다. 저런... 칼싸움까지... 얍얍!!  이리
  붕~ 날고... 껴안고 뒹굴고 와장창! 아고 저러다 다칠라....
  "야! 너 이거 만들 줄 알아?"
  로봇 조립하는걸 시범 보여주며 친구에게 해 보란다.
  "씨~ 우리 집에는 더 좋은 것 있어..씨~~"
  "준열이도 하나님이 많이 사 준다고 했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는  모습들이 봄날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서 놀고 있는 병아리들 같다.

  준열이가 냉장고 문을 열며 친구에게 한마디한다.
  "야! 우리 우유 마실래?"
  "안 먹어 임마~ 우리 집에는 쥬스도 있다!"
  "....... 양미동 아빠!"
  "응?"
  "준열이도 쥬스 사줘요.."
  "그래 다음에 사주마.."
  "잉~~맨날 다음이래....."
  우유를 마시고 빈 컵을 싱크대에 넣으러 간다.
  쨍그랑~~
  헉!
  준열이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엄마(준열인 고모를 엄마라  부르고 있다)와 아빠(고모부)가 같이
  마시는 부부 찻잔을 깨 버렸으니....
  준열이를 불러 가슴에 안고 기도를 해 준다.
  분명히 놀랬으리라....
  "아버지..... 이 어린 영혼이 지금 가슴속에 놀라고 있습니다. 겁을
  먹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위로를 준다  한들 그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놀람이  지워지겠습니까. 상한 마음 치료하시고  위로하시는
  아버지시여..... 이 여린 가슴을  안아 주소서... 이 여린 마음을 위
  로하소서......"

  그렇게 준열이에게 기도를 해 준 후, 난 잠시 외출을 하고 왔다.
  당연히 있어야 할 준열이가 보이지 않는다.
  혼날까 봐 나간 건가......
  다시 휠체어를 타고 준열이를 찾아 나선다.
  놀이터부터 아파트 구석구석을 찾기 시작한다.
  언뜻 노오란 병아리 옷이 보이다 사라진다.
  휠체어를 몰고 가보니 준열이가 도망가고 있다.
  "양준열~~ 괜찮아~~ 이루와 바라"
  저 애가......

  준열이를 안아 휠체어에 태운 후 준열이에게 물었다.
  "아들!"
  "네....."
  "왜 그래요?"
  "아빠..... 으앙~~"
  "그래...... 그래 안다. 내 아들아....."
  집으로 올라온 나는 준열이를 부른다.
  "아들!"
  "네?"
  "남자는 말이야~~  마음이 커야 하는 거야  저런 거 깼다고 우면
  안돼요. 알았죠?"
  "네..."
  "아빠! 나 우유 먹을래요"
  "그래... 따라 마시세요."
  "아빠~~!"
  "응?"
  "하몽닝카(하모니카) 불러 주세요.."
  "그래....."
  나는 즉석에서 아들을 위해 하모니카를 부른다.
  -이 시간 주님께 기도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신  주님께~~ 아~~
  메마른 대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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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멀리 있는 것 아니지요?
  ^_^* 빙그레~~
  1997.3.28. 저물어 가는 오후에
  부천에서 나누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