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36] 편지....

자오나눔 2007. 1. 13. 00:46
    준열아...
  지금 너의 자고 있는 모습은 곱고도 곱구나.
  어젯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침대로 올라간 아빤 깜짝 놀랐
  더란다.
  그렇게 열이 나는데도 아빠  일하는데 방해 될까 봐 그렇게
  있었구나.
    아빤 네가 그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 조용한 널 대견하다
  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깐 아빠와 마주친  눈빛에서 서운함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었구나....
  아프다고 아빠를 부르지....

    깜짝 놀라 약을  먹이려는 내게 "아빠... 기도해  주세요..."
  하는 네 목소리가 왜  그렇게 아빠의 가슴을 찔렀는지 모른
  단다. 너는 기도해 달라는데 아빤 약을 먹이려고 했으니..
  그래, 네 말대로 기도로서 하룻밤을 꼬박 새웠구나... 그래도
  아빠 품에 안겨서 새근대며 자는 네 모습을 보노라니 왜 그
  리 좋으니?
    어김없이 날을  밝았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아침 8시30부터 교회를 갔구나.  아빤 주일학교 교사
  로, 넌 유치부로... 장년부  예배까지 드리고 나니 네가 보이
  질 않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와  보니 온 몸이 펄펄 끓은 채
  로 넌 울고 있었지... 널 발가벗겨  놓고 찬 물수건으로 열을
  식혀 주며 아빤 또 다시 약을 찾고 있었구나.... 좌약을 찾아
  서 넣으려는 내게 넌 말했지... 기도해 달라고... 기도도 하면
  서 너에게 약을 넣어 주려고 하자 넌 이렇게 말했지...
  "아빠... 살살해?"
  널 엎드리게 하고 약을 넣어 줬는데도 넌 아무말도 않고 엎
  드려만 있더구나.  일으켜 세워  보니.... 눈물이구나....  그래
  넌 울고 있었어... 아팠구나.... "살살 하랬잖아...으앙~~"  너의
  눈물이 그걸 말해 주고 있었어....

    얼마 후 넌 잠이 들었고 아빤 부활절 저녁 예배를 드리러
  가려는데 전화가 왔었어...  목사님이셨어.... 뭐라고 하셨는줄
  아니?
  저녁 찬양  대회 때 하모니카  특송을 하라고 하시는  거야.
  아빠도 그러려고 찬양을 고르고 있었는데..
  훗~~ 목사님이랑 아빠가 통했다 그치?
  많은 기관들의  은혜스러운 찬양이 끝나고 아빠의  차례야...
  백합화, 연산홍,  양란,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이  수북하게
  장식되어 있고, 아빠가  앉아서 하모니카를 부르고 있는  뒤
  로는 일곱 색깔의 양초 일곱 개가 빛을 발하고 있었어.... 환
  상적이지?

    특송이 끝나고  목사님의 박수 소리를  시작으로 그 많은
  성도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면서 흐느끼는 모습에 아빠
  또한 울고 말았구나...  힘든 몸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
  고 있는 사람의 표본이라는 목사님의 칭찬을 뒤로하며 자리
  에 가서 앉았단다.

    아빠가 이 말을 하는 것은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란다.
  네게 보여 주고 싶었어....
  아빤 비록  사고로 장애를 입어  휠체어와 목발을 사용하는
  처지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아니 어떤 환경에
  서도 자신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네게 보여  주고 싶은 거
  야...
  그것이 너를 위한 길이기에... 부활의  주님을 생각하며 다시
  일어서는 아빠의 모습을 네게 보여주고 싶었단다.

    어?
  너 아빠의  마음을 읽었니? 아니면  엄마를 만났니? 아하~~
  예수님 만나고 있구나! 그치?
  너의 미소가 말하고 있단다.
  참으로 곱구나...
  아들아... 아빤 널 정말 사랑한단다.
  어이구 내 새끼... 쪼옥~!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지요?
  ^_^* 빙그레~
  1997.3.30.
  부천에서 나누미가